금감원 "부실 증권신고서 아예 안받는다"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실 증권신고서에 대한 '신고서 수리(受理)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당국 조사 결과, 반복적으로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은 기업 가운데 부실 기업이 많았던 탓에 자본잠식 등 한계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지속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1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계기업 등이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부실하면 아예 신고서를 받지 않는 수리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고서 수리 거부권은 지난해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규정이 새로 마련됐지만,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정정요구를 해왔다.

2009년 한 해동안 제출된 총 1075건의 증권신고서 중 17.2%에 해당하는 185건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았다.

금감원은 정정 요구를 받은 150개사 가운데 2번 이상 정정 요구를 받은 57개사를 분석한 결과, 현금흐름 창출 능력 저조 및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많았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상당수의 한계기업들은 자본잠식 등에 따른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감자와 증자를 반복하다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해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허위로 신고서를 기재하거나 중요 사항 기재를 누락할 경우 신고서를 받지 않기로 한 것. 물론 정정요구도 병행된다.

금감원은 신고서 수리거부권이 행사되면 자금줄이 막힌 한계기업들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건실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에 대해서는 증시 상장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되 시장의 분위기를 흐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퇴출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한계기업들은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오성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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