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신용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의 수난시대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주택건설사업을 주로 해온 B등급 건설사가 올해 신규 분양계획을 내놓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반면 작년 금융권의 신용평가에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판정을 받았던 건설사들은 오히려 새해 들어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C등급으로 분류되면서 대외적으로 경영위기임을 공표, 워크아웃에 상태에서 금융권과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아 회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림건설, 월드건설, 동문건설 등 C등급 건설사들은 신규분양으로 수익을 올렸거나 분양을 준비중이다.
우림건설은 올해 고양삼송지구를 비롯해 5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동문건설과 경남기업도 각각 4600가구, 3100가구의 아파트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풍림산업도 인천 부평5구역에서 삼성물산과 공동으로 1300여가구(일반분양 800여가구)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월드건설도 김포한강신도시 2개블록 245가구, 구로 고척동 180가구 등의 신규분양을 올해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가까스로 B등급 판정을 받아 부도위기라는 낙인에서 벗어났던 일부 건설사들은 해를 넘어서도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는 부도를 맞았고, 일부는 C등급사와 별반 다름 없이 보증을 받지 못해 공공공사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다. 주택사업을 주로 해온 건설사는 미분양 판매에만 매진할 뿐 올해 신규분양은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부도를 맞은 신창건설, 현진그룹은 B등급 판정을 받은 건설사들이다. 지난해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화제가 됐던 성지건설도 B등급 건설사다. 이 회사 박모 회장의 자살 사유도 유동성 압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활발한 해외사업으로 주목받아온 성원건설의 경우 작년 12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대주단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이 회사는 작년 1년간 지급하지 못한 체불임금이 13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2조원 규모인 리비아 신도시 공사의 계약은 완료했지만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일하이빌의 경우 작년 6월 동일토건에 흡수합병한 후 충남 천안으로 본사를 이전, 이후 미분양 아파트 판매에 매진해왔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C등급 판정에서 벗어나는 조건으로 동일하이빌과 동일토건의 합병,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을 은행으로부터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천안 용곡동에 500가구와 하반기 인천 동춘동에 2400가구 분양을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분양시기는 유동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한 고비를 넘긴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상황이 아직 풀리지 않아 올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분양시기도 아직 확정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B등급 건설사들의 경영 어려움이 가중된 것은 사실상 작년 초 이들이 자금난을 겪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등을 조건으로 금융권과 사전 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 CEO들이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경영위기라는 소문에서만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해 C등급 판정을 피한 것 뿐"이라며 "일부 B등급사들은 주거래 통장까지 채권은행의 관리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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