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도요타…은폐 시도가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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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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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 났다. 지금 렉서스를 운전하고 가는데 액셀레이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지금 교차로 쪽으로 간다. 꽉 잡아! 잠깐.. 잠깐.. 제발.. 제발…”

지난해 8월 28일 저녁. 샌디에이고 근처 125번 고속도로 선상에서 911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는 충돌소리와 함께 끊겼다.
유투브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03m7fmnhO0I&feature=player_embedded

사고가 난 이 렉서스350 세단은 펜스를 넘어 마주오던 SUV 승용차와 충돌한 뒤 화염에 휩싸여 운전자를 포함한 4명의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차 안에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원인 마크 세일러와 그의 아내와 딸, 처남이 함께 타고 있었다. 

   
 
   경찰관 일가족이 타고있던 렉서스 사고 현장
도요타는 이 같은 안전사고들이 수천건 접수됐음에도 축소, 은폐로 일관하다 결국 오늘날 대규모 리콜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2000여건의 의도치 않은 가속페달 관련 불만과 사고를 접수했던 도요타가 지난 주에야 자체 조사와 차량 리콜 조치 등에 착수한 것은 너무 늦게 치명적인 결함을 인식한 것"이라고 늑장 대처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도요타 자동차가 급가속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고, 초기에 이 문제들에 대한 보고서들을 자신들의 안전성에 대한 과신으로 가볍게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가을 도요타는 느슨한 플로어 매트들이 급가속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수백만명의 도요타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매트를 없애도록 충고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어떤 다른 결론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서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에 의해서도 이 같은 점은 입증됐다고 주장하면서 가속페달 자체의 결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었다.

NYT는 1월 미국에서 도요타차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시장 점유율 또한 지난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도요타는 가속페달 결함으로 대량 리콜 대상이 된 자동차 모델의 미국 내 생산을 이달 8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짐 렌츠 도요타 미국법인 사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다음주 2월 8일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미 판매된 리콜 대상 자동차에 대한 수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지난주 대량 리콜 대상이 된 8개 자동차 모델에 대한 미국 내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었다.

렌츠 사장은 “기존 고객이 자동차 수리를 받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수리 시간은 30분이 걸리고 새 부품 공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자동차가 대규모 리콜(회수 및 무상수리) 발표하면서 품질과 기업 신뢰에 민감한 유럽에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과 생산 중단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유럽에서도 최대 180만대의 차량을 리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자동차 그룹인 PSA 푸조 시트로앵은 30일 도요타와 합작 모델을 리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지난 5일부터 프랑스, 영국, 터키, 체코 등의 공장에서는 문제가 발견된 가속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기존 가속 페달을 퇴출시키고 새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20여 일 후에 리콜을 발표한 것은 유럽 시장에서 결정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도요타의 깊은 우려와 고민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박재홍 기자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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