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 부장 |
도요타와 애플이 세계를 놀라게 한 모양새는 다르지만 우리 기업에는 같은 교훈으로 다가온다. 도요타는 부품 부실로 고통을 겪고 애플은 좋은 제품으로 세상을 깜짝놀라게 했다.
도요타는 최대 1000만대에 달하는 리콜로 일본의 자존심을 태평양으로 밀어 넣었다. 소비자들에게 사과도 하고 애를 썼지만 파문이 일자 급기야는 브레이크 부품을 납품 받은 미국의 CTS라는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엉뚱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도요타는 최근 이번 파문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대규모 리콜 사태를 사과하고 앞으로 문제가 된 모델에 대해 수리용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가 자구책을 내놔도 이미 추락한 이미지를 다시 세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미지 쇄신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은 어떤가. 아이팟ㆍ아이폰에 이어 새로운 아이(i)시리즈로 IT시장을 강타했다. 무게 680g, 두께 1.27cm, 가로 24.3㎝, 세로 19㎝, 가격 499 달러의 아이패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안에는 휴대폰과 컴퓨터, 인터넷, 책 등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 있다.
아이패드에 대해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경영능력과 비전으로 볼 때 세계 시장을 충분히 석권할 수 있다는 의견과 일부에서는 크기와 기능상의 문제를 들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IT분야에서 가장 앞선다고 자부하던 한국에 일침을 가했다. 삼성이나 LG보다 훨씬 앞선 제품을 내놓고 세계 시장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도 가세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아이패드가 세계 IT 시장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관심사다.
도요타 사태와 애플의 선전포고는 우리 기업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는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도요타 사태는 도요타만의 일이 아니다. 도요타가 많은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공급 받듯이 우리의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도 중소기업에서 수많은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자체 노력도 중요하지만 협력 업체와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도요타 사태가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쓰는 말로 “당신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하는 데 이보다 “당신의 불행이 나의 교훈”으로 알아야 한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사설에서 비록 도요타가 문제의 페달을 미국 부품업체로부터 조달 받았다고 하지만 미국 업체의 실수를 간과한 도요타의 품질관리에 허술함이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은 기업의 양심이다. 도요타 사태는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렉서스 ES350을 타고 가던 일가족 4명이 사고로 사망하면서 생겼다. 미 도로교통국은 가속페달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도요타는 이를 무시했다. 3개월 후에야 겨우 이를 인정하고 같은 부품을 사용한 캠리 등 8개 차종의 리콜을 실시했다. 도덕성이 문제를 키운 것이다.
세번째,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술력에서 앞서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이 직접 아이패드를 설명한 것은 기술과 마케팅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LG등 국내 IT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만 해서는 안 된다. 남이 따라 올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를 경악시킬 만한 제품을 내놔야 한다.
자동차와 IT는 업종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건이 우리에게 같은 교훈을 주고 있다. 자동차 · IT 양 업계는 도요타와 애플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자동차와 IT 업계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죽느냐 사느냐의 경쟁을 하고 있다. 기술경쟁, 신제품 경쟁, 서비스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도요타와 애플에서 배울 것은 철저하게 배우고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은 냉철하게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