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금융프리즘) '네탓이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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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0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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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천주교를 중심으로 '내탓이오'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의 목소리를 통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운동의 취지였다. 

인간이 버릴 수 없는 본성 중에 하나가 바로 이기주의다. 동양에서는 순자가, 서양에서는 홉스가 주장한 성악설(性惡說)의 배경은 인간의 본성 자체가 악하거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악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맹자와 루소가 주장한 성선설(性善說)이 최근 힘을 잃고 성악설이 득세하고 있는 이유도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이기주의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탓이오 운동은 바로 이같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타인을 우선하고 희생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밝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였다.

물론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며 인간의 본성이 '착함'이라고 믿는 이도 적지 있다. 실제로 여전히 내탓이오를 외치며 착하게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서민들이 '내탓이오'를 되뇌일 때 상류층과 정책당국 그리고 기업들은 '네탓이오'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정책의 결정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눈꼴 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보험산업 선진화 포럼에 참석한 업계와 금융당국 관계자,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모두 각자 입장만을 주장하기에 바빴다.

포럼에 참석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보험에 대한 특혜를 철회할 것과 보험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을 구분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보험에 대한 특혜는 없다면서 무엇보다 국회에서 그동안 법안 개정을 미뤄온 것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들은 보험업계의 관행 개선과 소비자보호에 앞장 설 것을 주문했다. 누구도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올해 국내 보험산업은 농협보험 도입을 비롯해 소비자중심으로의 환경변화 등 중요한 이슈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 등을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산업의 앞날을 좌우할 주요 이슈지만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연말 여야 의원들이 잠정 합의한 공청회마저 개최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일부 의원은 농협보험 문제와 전화판매 금지 등 보험산업의 전반적인 쟁점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업법 개정안의 처리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물론 당국과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가 옳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견 조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움직임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에게 '내탓이오'는 바라지도 않는다. '네탓이오'에서만 벗어나도 갈등을 풀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 을 찾는 것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종교계라도 부추겨서 다시 '내탓이오'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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