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식 ‘냉.온탕’ 남북정상회담 추진

연내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지만 국민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 회담 관련 발언이 냉∙온탕을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남북정상이 만나는 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은 성사될 수 없다”고 했다. 조건 없이 진정성을 갖고 만나자던 회담 제의가 ‘비핵화’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문제’ 등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만날 수 있다는 태도로 급변한 것이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바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급한 건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라는 고자세를 드러냈다.

청와대도 혼란의 주범이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BBC 인터뷰 내용을 변조해 세상에 알렸다. 대통령이 말한 “연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변했다. 연내에 만날 가능성을 언급한 건 현정권 출범 후 처음이어서 청와대가 파장 확산을 우려해 대통령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축소, 삭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결국 김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을 보면 현정권은 보수층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연내 조건 없이 만나자’고 했다가 역풍을 맞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난 정권처럼 남북회담 간 뒷(돈)거래는 없다. 북핵문제 해결 등을 의제로 올릴 것이다”고 긴급진화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회담의 진행상황이나 협의과정을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보수층의 ‘북핵 폐기론’만 거들고 있는 정부를 북한당국이 어떻게 바라볼지다. 신뢰를 기반으로 만나자는 건지, 아니면 의제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빌미 삼아 굴욕감을 주려는 것인지 북한도 혼란스러울 것이란 지적이다.

현 정권 출범 후 선핵폐기론을 고수하다 지난 2년간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사실을 망각하고 고자세로 북한을 만난다면 아무 것도 건질 수가 없다. 남북화해협력 기조를 천명한 6.15, 10.4 선언의 틀을 이어가면서 후속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하는 회담을 돼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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