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소주 담합 과징금 깎아주기?

공정거래위원회가 11개 소주업체의 가격 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당초 2263억원에서 272억원으로 대폭 줄인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들은 이 같은 결과에 다소 안도해 하면서도 담합판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왜 이렇게 줄었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된 매출액의 10% 이내에서 가중 또는 감경 사유를 감안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감경사유는 공정위 조사에 대한 협력정도와 위반행위의  자진시정 여부, 재정적 부담능력 등이다.

   
 
 
앞선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11개 업체의 관련 매출액은 2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바탕으로 총 226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3일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한 관련매출액은 1조2000억원으로 과징금도 10분의 1 수준인 272억원으로 줄었다.

심사과정에서는 과징금 부과율을 최대치인 관련매출액의 10%를 적용한 반면, 전원회의에선 그보다 낮은 부과율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김석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국장은 "담합과 관련이 적다고 판단돼 빠진 부분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출액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과징금 경감사유는 위원회에서 합의해 최종 결정한다"며 "이번 사건은 소주업체들이 범정부적인 물가안정대책에 부응해 가격인상폭을 조정하려고 노력한 점 등이 고려돼 과징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담합이라고 하더라도 징벌적 부당환수라든지 과징금으로 조치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들이 있고 그것이 정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정확한 수치로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들을 감안해서 이와 같은 과징금이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세청의 행정지도 논란

공정위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주류 업계들은 반발했다. 가격 인상은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뤄진 것인 만큼 담합했다는 공정위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국세청이 진로의 소주가격 인상요청에 대해 검토한 후 가격인상을 승인해 준 사실은 있으나 진로외 다른 소주업체들에게는 가격에 대해 사전협의 및 승인을 하지 않았다"며 "국세청의 행정지도와 별개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과징금이 크게 줄어든 이유가 국세청의 행정지도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국세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징계 수위를 낮췄다는 것이다. 자칫 한쪽에서는 가격 결정에 대한 행정지도를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에 대해 과징금을 매긴다는 정부기관 간 엇박자로 비춰질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소주업체들의 가격인상 과정에서 국세청의 행정지도가 있었던 측면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전원회의에서 제기됐다"고 전했다.

또 국세청 주세법에 대해 공정위가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 경감 사유로 "업체들이 범정부적 물가안정대책에 부응하려 노력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규제기관인 공정위가 물가관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데 대한 비판이다.

이런 논란과 관련, 정호열 공정위 위원장은 4일 "국세청의 행정지도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면서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앞서 소주사업자들이 사전협의를 하는 것이 문제이지, 공정위와 국세청이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young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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