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하이닉스 징크스'에서 몇 년 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 관련 이슈가 시장에 언급될 때마다 LG그룹의 핵심인 LG 및 LG전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지난 2일 하이닉스 인수자로 한화와 GS가 지목되면서 각각 6.55%, 0.87% 급락한 가운데 LG(-2.07%)와 LG전자(보합)도 덩달아 약세를 보였다.
LG의 '하이닉스 징크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서 하이닉스 얘기가 나올 때마다 LG와 LG전자 주가는 약세를 보여 왔다.
실제 지난달 7일(현지시각 6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CES에서 "(하이닉스 인수는)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안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언급하자 LG는 -5.71%, LG전자는 -7.63%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가 1.28% 하락한 것과 대조하면 과민 반응이었다. 증권가는 '저가매수' 기회를 조언할 정도였다.
지난 2006년 1월 9일(현지시각 8일)에도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이 CES에서 하이닉스 인수설을 완강히 부인했을 때도 LG는 전거래일 대비 1.56%하락했다. LG전자도 보합으로 마감했다.
2002년(5월 14일)과 2005년(9월 22일), 2007년(12월 13일) 증시에 하이닉스 인수설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LG와 LG전자 주가는 많게는 3% 이상 급락했다. 2007년에는 루머로 고꾸라진 주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4개월이나 걸렸다.
반면, 하이닉스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2005년(현지시각 1월 6일)과 2007년(현지시각 1월 8일)에 LG전자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LG는 2005년 1.4%, 2007년 1.53%로 모두 올랏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실제로 하이닉스가 LG그룹에 인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왜 LG그룹은 하이닉스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LG그룹과 하이닉스의 뼈저린 과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는 수년째 하이닉스 인수설에 완강히 부인해 온 데다 낮은 시너지 효과, 그룹의 사업리스크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인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하이닉스는 지난 1999년 정부의 강압적인 구조조정으로 LG그룹에서 강제로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어려운 자식 결국 어미가 돌볼지 않겠냐'는 기대 심리가 시장에 떠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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