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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홈런타자' 임수혁, 10여년간 투병..오늘 막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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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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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롯데와 삼성의 7차전 9회말에서 동점 2점 홈런으로 롯데가 6-5로 역전승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임수혁이 오늘 오전 숨을 거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위기에 강한 공격형 포수의 이미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1999년 이듬해 4월 18일 잠실구장. 2회 2사 후 5번 지명타자로 나섰던 임수혁은 유격수 실책으로 1루에 진루, 후속타자 안타로 2루에 간 뒤 7번 타자 조성환 타석 때 2루 베이스에서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구급차가 들어와 쓰러진 임수혁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고 직후 뇌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동안 의식을 잃은 채 병상에 의지해야 했다.

이때부터 임수혁은 투병생활을 시작해 가족들은 물론 동료와 팬들의 자선행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1년 후 2001년 4월18일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다시 LG와 맞붙었다. 이날은 '임수혁의 날'로 정해 아들 세현군이 시구를 했고 야구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롯데와 LG뿐 아니라 각 구단 선수들이 '임수혁 선수, 일어나라'를 외치며 손길을 뻗쳤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자선경매 사이트를 열었고 같은 야구 선수뿐만 아니라 홍명보, 안정환, 최경주, 김동성 등 다른 종목 스포츠스타들이 임수혁 돕기에 한뜻으로 나섰다.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 랜디 존슨까지 자선 행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임수혁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채 세월은 흘러갔다.

엄청난 병간호 비용과 생활고를 호소한 임수혁 가족은 2003년 4월 롯데와 LG를 상대로 8억원의 민사 조정신청을 냈다.

선수 보호책임이 있는 롯데와 당시 경기의 홈팀인 LG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피해를 배상하라는 움직임이었다. 그해 7월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두 구단에 4억2600만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LG 구단은 이의 신청을 냈다.

우여곡절 끝에 임수혁 가족과 두 구단은 3억3000만원의 보상금에 합의했다.

임수혁 소송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그라운드 안전 대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의료진과 구급차가 구장에 상시 대기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한 개선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지 5년이 넘어서며 주변의 관심도 시들해졌고 온정도 끊기기 시작했다.

롯데 선수들과 후원회가 매년 일일호프와 자선행사를 열고 2000년 현대 시절부터 매월 월급에서 1만원씩 떼어내 후원금을 마련해온 히어로즈 선수들의 지원은 계속됐지만 그가 다시 일어서리라는 희망은 점점 옅어져 갔다.

7일 오전. 임수혁은 그토록 깨어나기를 바라던 가족과 동료, 팬들을 뒤로 한 채 2000년 4월 그라운드에 쓰러진 지 9년10개월 만에 눈을 감았다.

아주경제=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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