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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지금) 김정일-왕자루이 8일 만날듯..북핵6자회담·남북관계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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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0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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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4일간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핵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7일 정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장의 방북이 유동성 높은 북핵국면에서 6자회담의 중요한 돌파구를 낼 가능성을 점치면서 북핵 협상을 고리로 안정적 체제구축과 경제난 타개를 도모하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소식통은 이어 "왕 부장이 다녀오면 중국은 다시 미국에 공을 넘겨 다시 한번 움직여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북 이후 성사되지 못했던 북.미 고위급 대화가 한차례 더 개최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특히 이번 방북이 북한측 초청으로 이뤄진 점이 중요하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포함한 전반적 한반도 정세에 대해 입장정리가 마무리됐음을 의미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대규모 추가 경제지원이라는 '설 선물'을 약속하고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공식 선언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왕 부장은 8일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 또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대북특사의 방북도 북한 대외 평화공세의 중요한 갈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친서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9일부터 12일까지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2005년 이후 중단됐던 유엔과 북한간 고위급 대화가 복원된다는 의미와 함께 작년 내내 유엔의 제재조치에 강력히 반발해온 북한이 전술적 태도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8일 열리는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은 남측을 향한 평화공세의 일환이다.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이후 약 1년7개월만에 관광 재개문제가 남북간 대화테이블에 오르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전방위적 평화공세에 올인하는 것은 고도의 전략적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북한 내부의 극도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려는 행보라는 풀이가 나온다.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39호실(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처)금고까지 바닥이 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제난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특히 북한 경제는 지난해 11월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제대로 물자공급이 뒤따르지 않아 다시 인플레가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서는 물자공급 통로인 중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공세를 펼치치고 있다는 것이다. 왕자루이 방북초청이나 개성.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은 결국 물자와 '달러박스'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풀이다.

북한이 유엔 인사들을 초청하면서까지 제재완화의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달러 주수입원인 무기 수출이 차단되면서 북한의 '달러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유엔 특사를 상대로 경제문제와 관련한 협력 프로그램을 중점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부 권력승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난이 심화되고 내부 동요조짐이 커질 경우 2012년을 목표로 하는 강성대국 건설은 물론 안정적인 권력이양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 복귀가 늦어지는데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시간과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뭔가를 대외적으로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깜짝발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의 결정적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6자회담의 경우 평화협정과 제재완화 이슈를 둘러싸고 북.미간 평행선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국이 중재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또 정상회담은 원칙론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다 관련국간 조율이라는 무형의 장애물이 있어 6자회담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속도를 내기가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르면 이달말께로 예상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6자회담과 정상회담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흐름에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선언을 받아내기 보다는 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초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한 고위소식통은 "중국은 이미 김 위원장의 방북을 초청해놓았고, 택일만 남은 상황"이라면서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문제가 중점 협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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