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기를 맞아 기업 경영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일단 소비행태가 크게 바뀌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의 소비를 이끌어 온 베이붐 세대는 경제 성장기의 혜택을 골고루 누린 가장 부유한 세대였다. 그러나 은퇴시기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이들은 최근 소비를 크게 줄이고 있다.
사회에 막 진출하기 시작한 20대 초반의 'G세대' 역시 불황의 뜨거운 맛을 본 터라 소비력은 미약한 수준이다.
고용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2년이면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3분의 2가 50대 이상 장년층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신흥국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새로운 고용환경에 대처하려면 밀물처럼 빠져나갈 베이붐 세대의 퇴직에 대비해 고령화하는 노동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6일자 최신호에서 노동인력의 고령화를 '실버쓰나미'에 비유하며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및 승진체계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노동인력의 고령화에 대비하는 동시에 퇴직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력관리기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무연차를 기준으로 임금과 직급을 올려주고 일정 연령에 다다른 인력은 퇴출시키는 방식의 인력관리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나이든 인력의 규모를 주기적으로 줄이거나 희망퇴직을 권고해 인력의 고령화를 막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력관리 모델은 장년층 노동시장을 기업 내부의 보호를 받는 노동인력과 기업 외부에 방치된 실업·퇴직층으로 양분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인력관리는 정보의 단절을 초래해 장기간의 연구나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과학이나 엔지니어링 분야 기업들의 존폐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최근 퇴직연령을 높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민간기업은 공공부문 출신의 고급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정보의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나이든 인력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업무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손아래 중간간부들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장년노동층 관리모델이 필요한 실정이다.
일부 기업들은 장년층 노동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노동력의 고령화에 대비해 인력관리 기법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기도 하다.
이런 기업들 가운데는 임직원들이 수십년간 일해 온 기업을 떠나는 퇴직을 단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일례로 50대 이상 노동자를 가장 많이 고용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진 월마트 계열의 영국 유통업체 아스다는 장년층 노동자들이 성수기에만 일하거나 겨울에는 수개월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업체인 아보트래보토리스는 퇴직을 앞둔 장년층 인력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적용하거나 연간 25일의 추가 휴가를 줘 퇴직 이후의 생활에 차츰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근무환경을 장년층 노동자들에게 맞춰 재조정하고 있기도 하다.
고급 자동차 메이커 BMW는 오는 2017년 에상되는 노동인력의 평균 연령에 해당하는 장년층 인력을 최근 한 공장의 생산라인에 배치했다.
물론 초기에는 이 생산라인의 생산력이 다른 공장보다 뒤쳐졌다. 그러나 의자와 작업화를 개선하고 확대렌즈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 등을 도입한 결과 이 라인의 생산력은 전체 공장의 평균치를 따라잡았다.
기술 전수가 필수적인 에너지나 엔지니어링 기업들 역시 장년층 노동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스웨덴 건설업체 엘름슐츠컨스트럭션과 네덜란드의 하이젠버그바우는 최근 퇴직을 앞두고 있는 기술자가 신입 직원을 훈련시키는 방식의 멘토링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독일 자동차 부품 메이커 보쉬는 퇴직자들의 세월이 담긴 지혜가 전수될 수 있도록 젊은 엔지니어들과 퇴직자들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일부 에너지업체나 컨설팅업체들은 퇴직자 인력풀을 추려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들을 일시 고용하거나 일부 업무를 맡기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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