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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 "집 빼고 다 내놨다"…계열분리 수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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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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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금호 오너 일가가 채권단이 요구한 사재 출연에 합의하면서 금호산업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신세는 간신히 면했다.

금호그룹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가능해져 줄도산 사태도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계열사 경영을 나눠 맡기로 하면서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이 본격적인 계열 분리 단계로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금호家 사재출연 합의…구조조정 지속 추진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금호 오너 일가가 채권단에 계열사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키로 하면서 금호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대주주의 모럴헤저드로 경영 정상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경영책임 이행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하면서 일단락됐다"며 "당초 계획대로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영기 산은 수석 부행장은 "오너 일가가 보유지분 담보제공 및 의결권 처분을 포함해 집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내놓기로 했다"며 "대주주들이 직접 서명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문건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재 출연에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박찬구 회장 등은 일찌감치 사재 출연을 결심했지만 일부 대주주가 막판까지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사실상 그룹이 공중 분해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오너 일가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며 "박찬구 회장 등이 간곡한 설득에 나선 데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떠돌자 결국 뜻을 굽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서 제출로 도산 위기까지 몰렸던 금호그룹 협력업체들도 한 숨 돌렸다.

김 부행장은 "금호산업에 대한 28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은 이미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동의하면 내일부터라도 지원이 가능하다"며 "금호타이어 등도 채권단 및 노조의 동의 절차를 거친 후 설 연휴 전에 자금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영권 쪼개기…현대그룹 전철 밟나

산은 등 채권단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은 보장하는 대신 계열사들의 경영을 분리키로 했다.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공동으로 경영을 맡게 된다. 박 부장은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금호석유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박 전 회장 등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경영한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는 추후 채권단 협의를 통해 경영 주체를 결정키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분리 방안은 채권단의 협의를 거친 후 양해각서(MOU)에 따라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기존 계획대로 금호석유와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 이달 말까지 금호그룹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다음달까지 세부 방안을 확정해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경영권 분리로 그룹 자체가 와해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 내 3개 가계가 재산 분할에 나선 셈"이라며 "계열 분리의 전 단계로 과거 현대그룹처럼 계열사들이 독립해 독자 경영에 나서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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