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불안이 제2의 경제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확장적 재정운용방침을 밝혀 온 우리 정부가 강력한 세출구조조정 방안을 만들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이른바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와 달리 우리의 부채규모는 관리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세출조정방침이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유지하려던 확장적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나아가 하반기부터는 재정지출이 긴축적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중으로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 방침을 마련, 유사하거나 중복된 사업, 집행 부진이 계속되거나 효용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예산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회복 단계에 접어든 만큼 유사하거나 중복된 사업의 경우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내달 말까지 기본적인 방침을 만들어 4월부터 관련 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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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한 금액은 지난해 9월말 현재 610조874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96조556억원 대비 23.1% 늘어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공적금융기관의 부채까지 더하면 700조원 안팎에 달한다. 이는 GDP의 70%에 가까운 수치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2009년 6월 말 인구 4875만명 기준)이 1500만원씩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운용을 하면서 이같은 부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 새만금 개발 사업 등 대형 국책 공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올해 예산 292조8000억원 중 이들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각각 12조원, 22조4000억원, 21조원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 부채와 공적금융기관의 부채에서 차입금 중복금액이 50조원에 이르며 이외의 추가적인 중복도 있을 것"이라며 "공적영역의 부채는 보다 정밀한 방식으로 집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확대로 인한 재정건전성 취약
제2의 경제위기설은 이른바 'PIGS' 국가들의 경제불안은 재정적자 확대에서 비롯됐다. 우리 정부의 취약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의 일부 경기부양책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고, 이에 따라 경제가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긴축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G2(미국ㆍ중국)는 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우리 경제의 대외신용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일 현재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125bp로 지난달 15일 이후 39bp나 뛰었다. 이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45bp)과 비슷하고 아일랜드(13bp)보다 높은 수치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도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국가채무가 위험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긴축적 재정 운용으로의 선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번 문제는 그리스 재정적자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위기를 대처하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올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주경제= 김선환ㆍ김선국ㆍ권영은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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