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상인들 '울상'
상인들, "높은 사람은 안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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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장사 나오면 상인들끼리 서로 하는 인사가 '개시 했냐'다. 저녁에는 '오늘 2개 팔았다'는 식의 상황이다."
"진짜 어렵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대답할 경기조차 없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이 쏟아낸 하소연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설을 앞두고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윤 장관은 꼭 1년전 이날 장관직에 취임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취임 전 윤 장관이 내정자 신분으로 남대문 시장을 한 번 방문했다"며 "오늘은 현장에서 취임 1주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윤 장관은 예정보다 10분 늦은 11시 30분쯤 남대문 시장 5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윤 장관은 시장을 둘러보며 곶감과 버섯, 쇠고기 등 8만원어치를 온누리상품권으로 구입했다.
그는 물건을 사고 있는 손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등 시민들과의 스킨십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접 산 곶감을 즉석에서 맛보기도 했다. 창란젓을 구입하던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는 일본어로 간단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윤 장관은 상인들과 대화에서 "경기가 살아나는가 싶더니 재래시장은 힘들어서 걱정"이라며 "소비자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된 가격을 봤더니 재래시장 물건 값이 더 쌌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도 백화점 보다 싼데다 상품은 오히려 질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잘 모르나 보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생선을 파는 한 상인은 "우리가게에서 파는 생선은 백화점보다 가격이 30% 싸고 국내산이라 맛도 좋고 신선하기까지 하다"면서 "홍보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많이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윤 장관은 "열심히 홍보해 드리겠다"며 주변의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를 좀 더 많이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윤 장관의 방문에 앞서 기자가 만난 한 상인은 "높은 사람들은 시장에 안 왔으면 좋겠다"며 "와서 도움되는 게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서민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얼굴만 비추고 간다"고 지적했다.
주변의 다른 상인은 "오늘 윤 장관이 오는 줄도 몰랐다"면서 "높은 사람들은 와봤자 잠깐 보고 생색만 내지 골목 구석구석 들어와 우리 이야기를 직접 듣지는 않는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시장에서만 20년째 숙녀복 장사를 해온 50대 여성 김 모씨는 "요즘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문만 열면 바로 개시를 했고, 새벽에도 밤장사를 할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개시 걱정을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 장관은 30분 동안 시장을 돌본 후 12시 상인들과의 오찬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날 방문에는 김시길 서울남대문시장 주식회사 사장, 김명철 도깨비 수입상가 운영위원회 회장과 박철규 재정부 대변인, 이억원 재정부 경제정책국 물가정책과장 등이 동행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young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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