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 "일 잘하는 사람 국민이 판단"
청와대 해명 불구 여권 갈등 증폭 전망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내 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운찬 총리, 정몽준 대표를 중심으로 전개돼 온 여권내 내홍은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면충돌하면서 여권 내부 갈등 기류가 더 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전날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언급한 '강도론'과 관련, "백번, 천번 맞는 얘기"라면서 "그런데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가 말한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은 대선 때까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하다가 수정 추진으로 돌아선 이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세종시 국면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해온 박 전 대표지만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로 대통령을 비난한 셈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세계와의 전쟁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기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17대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박 전 대표 측, 이른바 친박측을 의식한게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일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박 전 대표와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도 경선 규칙을 둘러싼 갈등을 지적하며 '강도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정면충돌로 향후 정국이 차기 주자와 현직 대통령의 정면 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양측의 감정 소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정치적 화해가 요원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태가 확산되자 뒤늦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경제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추가로 유럽발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내부 갈등을 일으키거나 정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화합해서 국가적 과제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면서 "이런 진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쟁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국민 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라디오 프로에 출연 "현장에서 이 얘기가 나온 맥락은 세종시 문제니 이런 조그마한 정치적인 사안을 가지고 너무 격렬하게 정치권이 싸우기도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싸우기도 하니까 중요한 국가과제에 대해서 일단 모두 힘을 모으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수석은 "세종시 문제를 정말 차분하게 정책적인 토론으로 끌고 가야지, 이걸 계속 이런 문제를 갖고 정말 죽기 살기 식으로 싸우게 되면 결국 그 피해가 국민에게 간다는 함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후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 참모들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박 전 대표가 비난에 가세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늑장대응'이 돼버렸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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