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은 한국의 新유교주의와 일본식 경영시스템, 독일식 생산방식 그리고 미국식의 관리방식을 종합하여 독창적인 기업모델을 창조한 기업가다. 경영 뿐 아니라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한국 기업사회에서 '메세나(mecenat)'의 모범이 됐다."
도미닉 바흐조 소르본대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성장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의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을 '세계적 기업 모델의 창사자'라고 평가했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호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미국의 경영학계는 물론 일본과 유럽학계를 대표하는 석학들이 한국기업의 성장과 호암의 경영철학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타룬 칸나 하버드대 교수 △장진호 연세대 교수 △랑리박 바흐조 소르본대 극동연구센터 연구원 △도미닉 바흐조 소르본대 교수 △야나기마치 이사오 게이오대 교수 △송재용 서울대 교수 등이 발표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경제의 성장, 특히 호암의 경영철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호암의 사업전개과정은 곧 한국경제와 산업구조 전환의 역사"라며 "호암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라는 경영이념을 제도의 틀에 담아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독특한 경영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호암의 인재경영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인재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인재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호암의 철학은 오늘날 삼성의 문화로 정착했다"며 "이는 미쓰비시의 창업자인 이와사키 야타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호암의 이념 계승을 촉구하는 의견도 개진됐다. 송 교수는 "지금은 호암의 인재제일 이념과 기업가 정신과 창조정신, 도덕정신과 공존공영의 경영철학이 계승, 발전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칸나 교수는 "한국 재벌을 포함한 전세계 기업집단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들의 순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의 기업집단은 경기가 나쁠 때에도 변함없이 새로운 회사를 창업함으로써 잠재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현재 호암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호암이 이룩한 지난 100년에는 우리의 미래가 담겨있다"며 "오늘날 호암의 사상과 철학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와 미래에 속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진행된 행사에는 국내외 학자들과 CEO, 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서 5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의 경영과 경영학이 국제 학계의 관심을 받는 본격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이 행사는 21세기 새로운 백년을 향한 한국기업의 성장과 발전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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