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원은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배제에 반발해 탈당했다 10개월만에 복당한 정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복귀 신고를 했다.
복당을 앞두고 줄곧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정 의원은 이날도 탈당에 대한 반성으로 인사말을 시작하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지도부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건네받은 정 의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꽃다발을 받을 일을 한 게 없다"며 "하지만 집 나갔던 아들이 돌아가면 마음 잡고 공부 잘 하라고 공책도 사주고 연필도 사주는 뜻으로 주셨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모두의 공통 목표는 민주당을 확실한 수권 정당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6월 지방선거에서 확실하게 승리하는 것"이라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당권파와 쌓인 앙금을 걷어내면서 '낮은 자세'로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주류측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로키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곧바로 전면에 나설 경우 자신의 복귀에 부정적인 당권파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일로 예정됐던 외곽조직 출범식을 무기한 연기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탈당에 대해 사과하는 등 친노진영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정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지지고 볶고 하면 당이 가망이 없다. 6월 2일 최고의 성적표를 얻기 위해 모든 사람이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고 발을 뺐다.
정 대표도 당장 정 의원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그의 복당을 계기로 통합의 리더십을 부각한다는 복안이다.
정 대표는 그의 복당에 대해 "과거의 작은 허물들을 덮고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흩어졌던 민주개혁세력이 다시 힘을 모으고 합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또 민주당으로 많은 인재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당의 전력이 보강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 의원 영입의 뒷얘기를 소개하며 화합 분위기를 돋웠다.
하지만 같은 전북 출신으로, 잠재적 경쟁자인 두 사람을 정점으로 한 주류-비주류간 격돌은 시간문제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공천과 차기 전당대회를 겨냥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지사 등 일부 광역단체장 경선이 양측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양측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정 의원으로선 당내 주도적 입지를 굳히려는 정 대표에 맞서 세결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정 의원이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 비주류와 연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 의원의 복당이 춘천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의 여의도 복귀를 앞당기면서 '정(丁)·정(鄭)·손(孫)'의 3자 구도 형성을 재촉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