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해외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가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됐다는 축포를 터뜨린 지 얼마 안 돼 이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패자의 역습’을 준비하고 있는 것.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에 시달리던 해외 주요 경쟁사들은 연말 분기 정산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1분기(9~11월)에 순이익 2억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업계의 전망을 4배 가까이 넘어선다. 지난해 같은 기간(7억1800만 달러 적자)에 비해서도 크게 수익이 개선됐다.
일본 엘피다 역시 회계연도 3분기(10월~12월) 순익이 211억엔(2억3400만 달러)에 달한다. 9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
이에 힘입어 양사는 최근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 시장 주도권 탈환에 나섰다. 엘피다는 내년 3월까지 6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400억엔에서 투자액을 크게 늘린 셈.
마이크론 역시 플래시메모리 전문 기업인 뉴모닉스를 12억7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와 관련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애플턴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며 ‘타도 삼성’을 선언했다.
하이닉스 역시 낸드플래시 파트너이자 중국법인 공동 투자자인 뉴모닉스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에 인수됨에 따라 향후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비교적 선전할 수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환율효과도 올해엔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에는 엔고현상과 원화 가치 하락이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점유율 하락도 심상치 않다. 한때 낸드 시장에서 50%를 상회하던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38.2%에 그쳤다. 하이닉스 역시 10.1%에 머물렀다.(출처: 아이서플라이)
반면 도시바는 점유율 36.3%로 삼성전자를 턱 밑까지 추월했다. 최근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은 D램을 넘어서는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지만 반대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전체 반도체 1위인 인텔도 메모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마이크론과 손잡고 20나노급 낸드플래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하이닉스 역시 20나노급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상반기 중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개발 격차가 크게 줄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줄어들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과거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주도권을 빼았겼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기술주도권을 강화하고 시장 트랜드를 제대로 읽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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