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추락했던 경기가 제자리로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잔뜩 움추려 절치부심했던 기업들에겐 희소식이다. 문제는 경기가 되살아나면 경영여건도 덩달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과연 경기가 회복되면 경영환경도 나아질까.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노(No)'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 세계가 금융위기 충격으로 허둥지둥하고 있던 2008년 11월 한 콘퍼런스에서 "이번 경제위기는 경기순환에 따른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맞딱뜨린 경제위기는 사회ㆍ경제적인 '리셋(재설정ㆍreset)'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 "이를 깨달은 기업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뒤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가 되살아나길 넋놓고 기다려봐야 얻을 게 없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10일(현지시간) 모든 것이 재설정된 상황에서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려면 외부세계와 공감대를 이루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품에 투영할 수 있는 실행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세계와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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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IBM이 위기에 처했을 때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감소하자 IBM은 수천명을 해고해야 했다.
루 거스트너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IBM에 남아있던 이들은 그가 회사를 쪼개 덩치를 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스트너의 생각은 달랐다. 대신 그는 '고객포옹작전(Operation Bear Hug)'을 실행했다. 250명의 임원에게 각각 5명 이상의 고객을 직접 만나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IBM은 이 작전을 통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기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에 집중했다. 그 결과 IBM은 2년도 채 안돼 흑자를 거둘 수 있었고 7년 연속 매출과 순익이 두자릿수로 늘었다.
◇'창의'…"아이디어에 허기를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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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업들은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면 창의성 개발에 투입하던 예산을 줄이게 된다. 경기침체를 맞아 상당수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런 공백기가 기업이 오랜기간 성장하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재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카드 제작업체 홀마크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800명의 직원이 매년 1만9000가지의 카드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연하장이나 생일 카드 등을 매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홀마크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하는 작업을 위해 미국 캔자스시티에 있는 본사에 상당한 규모의 창조센터(creative center)를 구축했다.
문제는 엄청난 비용이었다. 대공황기 홀마크가 자금난에 몰리자 경영컨설팅업체들은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을 아웃소싱해 비용을 줄이라는 처방을 내놨다.
물론 회사 경영진은 장고 끝에 제안을 거부했다. 아이디어가 홀마크의 핵심자산이었기 때문이다. 홀마크는 대신 5 센트짜리 카드를 5 달러에 팔릴 수 있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대공황을 비켜갈 수 있었다.
◇'실행'…"아이디어에 생명을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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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애덤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는 실행능력을 키우려면 상벌체계를 확고히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류 기업들은 성공에 대해서는 상을 주고 실패에 대해서는 벌을 주며 태만은 무시하지만 초일류 기업들은 성공과 실패에 대해 보상하고 태만에 대해서만 벌을 준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보다는 실행하지 않는 게 더 큰 죄악이라는 것이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면서 애플은 '아이팟(iPod)' 돌풍을 일으키며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아이팟의 선풍적인 인기는 혁신적인 디자인에 힘입은 바 크지만 비즈니스위크는 또 다른 요인을 제시했다. 잡스가 현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있는 팀 쿡을 시켜 납품망을 손보게 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애플은 재고가 해소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쿡은 54일분이나 쌓여있던 재고를 단숨에 하루치도 안 되게 해치웠다. 동시에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떼내 새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렸다.
그 결과 애플은 비용절감의 대가로 손꼽히는 미국 컴퓨터 메이커 델에 버금가는 슬림한 조직으로 재탄생했고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 등의 혁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일 수 있었다.
비즈니스위크는 "한쪽 다리로만 달릴 수 없듯 지속가능한 혁신능력을 가지려면 공감과 창의, 실행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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