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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호랑이, 조선후기, 지본채색, 55.5x84.5cm |
2010년 호랑이해 기념 '조선민화 까치호랑이展'이 내달 31일까지 평창동 평창아트에서 열린다. 까치와 호랑이는 우리 민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소재 중 하나다. 특히 다수의 작품 속에서 드러난 자유스러운 묘사와 그로 인한 독창성으로 인해 국내외 미술계서 주목 받고 있는 장르다.
'까치호랑이 민화'는 실용화로 정초 대문에 내다 걸어 액을 물리치는 용도로 사용됐다. 이 그림들은 대부분 까치·호랑이·소나무 세 가지 소재로 구성된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호랑이는 잡귀까지 물리치는 용맹한 동물로,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름으로 장생과 지조를 상징하는 나무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았던 주인공이다.
호랑이는 예부터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역사서를 살펴보면 민가에도 자주 출몰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고 기록돼 있다. 또 궁(宮)에까지 나타나 임금도 두려워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호랑이가 단순히 공포의 대상으로만 인식된 것은 아니다. 호랑이의 모든 부위가 귀한 약재로 쓰이며, 잡귀로부터 집안을 보호한다는 믿음으로 숭배하기도 했다.
호랑이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꾀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모습이나 사람의 선행과 효에 감동하는 모습으로 구전설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시대의 까치호랑이 민화에서 우스꽝스럽지만 친숙한 인간미 넘치는 표정의 호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호랑이의 상징성이 다양해지면서 민화의 표현력과 추상력도 풍부해진 것이다.
호랑이가 지니는 의미가 많은 만큼 작품 속에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서낭신의 사자(使者)인 까치가 호랑이에게 신탁을 전해주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고 그 호랑이에게 잡혀먹을 위기에 놓인 나그네를 재치있게 구해준 까치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혹은 까치와 호랑이를 각각 백성과 부패한 관료에 빗대 까치에게 골탕먹는 호랑이의 모습을 풍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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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호랑이, 조선후기, 지본채색, 75x106.6cm |
이번 전시는 한국인에게 각별한 존재였던 호랑이가 조선시대 독특한 미감의 예술로 탄생하는 것에 주목하며 까치호랑이를 소개한다. 주최측은 일본에 소장돼있던 작품까지 추적해 한국으로 가져와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힘들게 한국으로 돌아온 민화가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까치호랑이 뿐만 아니라 산신·용·소나무 등 다양한 소재와 함께 다뤄진 호랑이 민화와 공예품이 전시돼 우리 호랑이 미술의 다양성을 체험 할 좋은 기회다. 문의 02-3216-0034.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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