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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칼럼] 중국 곰이 재주를 부릴 때 남북정상회담으로 응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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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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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
6자회담 재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이 ‘함흥’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그 답례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 논의 차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어 터져 나온 소식이 북한이 100억 달러대의 초대형 외자유치에 성공했다는 15일자 연합통신 기사다.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과 중국의 대형 은행 두세 곳, 복수의 다국적기업이 투자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 내용이 맞다면 왕자루이 부장이 평양이 아니라 북한이 산업 부활의 신호탄으로 자랑하고 있는 2.8 비날론 연합기업소가 있는 함흥까지 간 것 자체가 일종의 이벤트였던 셈이다.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이 단순히 정치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경제 협력을 포함하는 포괄협력을 과시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곧 이어 북경을 방문한 김계관 부상이 6자회담 논의를 의제화한 이후, 이제 남은 수순은 대충 이런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 문제 특별대표가 6자회담 관련국들을 순회 방문하며 6자회담 관련 의제 조율을 한다. 한국과 일본이 볼멘소리를 하지만 대체로 미국과 러시아는 동의하고 나선다. 중국이 의장국 이라는 이름 하에서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자랑하며 6자회담 논의를 주도한다 등등등.

근자에 들어 북중관계는 어느 시점보다 좋다고들 한다. 한국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는 중국이 더 이상 불량국가인 북한을 옹호하지 않을 거라는 소망(wishful thinking)에 기대어 외교 전략을 짰었다.

그러나 지난해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이후 북중관계에 대한 현 정부의 기대는 빗나간 것이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성이란 게 있어선지 우리 정부는 중국의 대북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화폐 개혁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북한이 곧 남쪽에 손 벌리고 나올 것이라며 대북 압박을 고리를 풀지 않던 우리 정부의 행태는 이 한판의 이벤트로 허무개그화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투자 규모나 사실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해질 것이니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유엔 제재다.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유엔 제재 해제와 연결짓고 있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전을 보이지 않는 한 대국의 체면상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교착 상태에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그 열쇠였던 것으로 보인다.

동 그룹이 평양에 설립한 국가개발은행을 유엔이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중국발 대북 금융 투자는 유엔 제재와는 상관없이 집행될 수 있다. 북중미 간에는 이 같은 해법이 이미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 유엔 특사가 지난 주 평양을 방문한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사이에 남은 것은 북한의 6자회담 참가 선언 뿐인 셈이다.

중국발 변화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중국이 아니라 우리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설득해 6자회담 참가를 종용하고 북한이 이에 응해 나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비핵화 논의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어려운 우리가 적어도 북한을 6자회담 틀에 복귀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그것만으로도 우리 역할이 빛날법하다.

1월초 이명박 대통령의 BBC 기자회견 후 후끈 달아오른 정상회담 논의가 다시 가라앉은 인상이다. 당시 여파를 몰아 우리 대통령이 지지세력 우선론이라는 집토끼론을 떨쳐내고 구중궁궐을 박차고 나와 소신있게 행보했다면 지금쯤은 한국발 격동 즉 한국 주도의 한반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할 터이다.

외교는 타이밍의 예술이고 국익 계산에는 이데올로기보다 정보가 우선이다. 외교 특히 남북관계에서 한 번 실수는 무능력이지만 두 번 실수는 직무유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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