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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나는 밴쿠버 낭보…짜증나는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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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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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쇼트트랙은 물론 금맥을 찾지 못했던 남∙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연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은 세종시 문제로 연일 공방을 벌이면서 갈등속에 파묻혀있다. 많은 이들은 동계 올림픽 상황과 한국의 정치 상황이 닮았다고 지적한다.

세종시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설 연휴를 마친 국민에게 큰 선물을 줬다”며 축하하고 격려했다. “설연휴 끝나고 첫 출근한 국민들이 모두들 너무 좋아한다. 아주 좋은 선물을 줬다”, “모 선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이 한국빙상을 세계에 많이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등의 말을 쏟아낸 이 대통령. 그러나 모 선수는 ‘단타’로 일관했다. “예”와 “감사하다”가 전부였다. 모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통령과의 예상치 못한 전화통화여서 당황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보면 그 만큼 이 대통령과 모 선수의 사이가 서먹서먹한 관계인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 친박(친박근혜) 진영 인사는 “이 통화 내용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현재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서로 신뢰가 상한 탓에 만나도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속에 형식적 대화만 주고받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올림픽의 또 다른 한 장면은 세종시 갈등이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을 예견해주기도 했다. 지난 14일 쇼트트랙 대표팀은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끼리의 충돌로 다 잡은 2, 3위를 놓치고 말았다. 성시백 선수와 이호석 선수간 충돌이 벌어진 것.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기주장을 반복하는 여권의 두실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종국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금빛레이스를 이어가는 태극전사들의 성공처럼 한국정치의 성공을 바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치인들부터 갈등이 아닌 타협, 대립이 아닌 대화를 지향하면서 서로 상생하고 승리하는 ‘윈윈(Win-Win)’을 택해야 한다. 이제 여권의 양대 계파 수장이 밴쿠버의 금빛 노력을 세종시 문제 해결로 보답해야 할 차례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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