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 미니홈피. 초등학교 동창이자 전날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 선수의 응원글이 보인다. (출처=이상화선수 미니홈피) |
“다시 도전할게. 반갑다 잘해보자”
17일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빛 역사를 새로 쓴 이상화(21·한국체대) 선수는 경기 전날 미니홈피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2006년 휘경여고 재학 시절 출전한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0.17초차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던 기억을 긍정적으로 상기한 것이다.
토리노 올림픽 이후 이상화는 독하게 단련했다. 그해 열린 1~5차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 1·2위만 네 차례 차지했다. 이듬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어진 월드컵 시리즈는 출전할 때마다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전의를 다졌다.
특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위해 이규혁, 이강석 등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체력과 힘을 길렀다. 또 스타트가 약하다는 평가에 올림픽 직전 스타트를 집중적으로 보완하면서 금메달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상화의 이날 경기는 1차 레이스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은 38초24초로 전체 1위. 상대선수는 세계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였다. 초반 100m까지 근소한 차로 뒤지던 이상화는 막판 스퍼트를 펼쳐 0.06초차로 볼프를 제쳤다.
2차 레이스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마지막 100m를 전력질주해 스타트가 좋은 볼프를 상대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2차 레이스 기록은 0.02초차로 볼프가 앞섰지만 1차 레이스 기록과 합쳐 결국 이상화가 금메달을 거머줬다.
한국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출전한 이래 64년 만에 처음이다.
이상화가 스케이트를 시작한 종목은 쇼트트랙.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후 15세에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국내 단거리 종목에서는 1인자가 됐다.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와는 서울 은석초등학교 동창이다. 이들은 훈련기간 내내 미니홈피를 통해 “친구야 넘어진 데 괜찮수?”, “힘내자 친구야” 라며 서로를 응원했다.
미니홈피를 통해 “올림픽이 뭔지 날 너무 힘들게 했다”면서도 “이제 행운의 여신이 함께할 차례다”고 긍정적 자세를 잃지 않았던 이상화 선수. 한국 빙속계의 새 역사를 쓰면서 그간의 고생도 빛나게 됐다.
아주경제= 감혜림 기자 kam8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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