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PC업체들의 고질적인 ‘불량 AS’가 또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내 PC시장 공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에도 저가 PC정책을 취하고 있는 외산업체들을 중심으로 소비자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이서의 경우 지난해 세계 노트북 출하량 2위의 실적을 올렸으나 ‘싼 맛’에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사후처리가 엉망이라는 평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모씨(31)의 경우 구입한지 2일 밖에 안 된 에이서 노트북 ‘아스파이어(Aspire 1810TZ)’ 제품에서 30~60데시벨(db)에 이르는 ‘찌리찌리’ ‘츠츠츠’라는 소음이 발생하는 일을 겪었다.
에이서 제품 AS를 담당하는 팜코리아사는 무상수리기간임에도 “내부불량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교환ㆍ수리를 거부했다.
세계 1위 PC업체 HP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HP 프로북 노트북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배모씨(23)는 구입하자마자 마우스에 초기불량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1주일이 넘고나서야 AS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받은 AS에서도 치명적 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체가 거부됐다.
각 사마다 차이가 있으나 이들 외산업체들의 AS 내부기준이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대해 사전적 지식이 풍부하다는 전제로 규정됐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에이서 AS담당 관계자는 “노트북 소음의 경우 40db 이상이 되면 교체 및 수리가 가능하다고 해당제품 하단에 명시 돼 있다”며 “소비자 불만은 에이서 본사에 설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HP관계자도 “AS 부문에서는 삼성 등 국내업체들에 비해 소비자 불만이 다소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뚜렷한 내부 보상기준은 없고 PC 상태에 따라 전적으로 기사들의 현장 판단에 의존한 AS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무상수리기간에는 거의 즉각적인 교체가 이뤄지는 ‘묻지마식AS’에 길들여진 국내 소비자 성향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는 품질보증기간 내 하자 발생시 제품교환 또는 무상수리가 원칙으로 돼 있다”면서 “다만 제품하자에 대한 경계선이나 처벌기준이 애매해 AS는 제조사 위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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