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악재 지속, 계열사 맨해튼 프로젝트 1차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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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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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을 만회하고 도약을 노리고 있는 KB금융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사업이 사실상 1차 부도 사태에 처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KB금융의 실적에도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대적으로 나섰던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은 지난 2007년 17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해외부동산 사업에 참여했다. 

투자 대상은 미국 뉴욕 맨해튼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인 '피터 쿠퍼스 빌리지'와 '스타이브센트 타운'으로 국내외 연기금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메트라이프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공개 경쟁입찰로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통해 자산가치 상승을 도모한다는 것이 맨해튼 부동산 프로젝트의 골자다. 

위치는 허드슨강 인근으로 월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가 가깝고 학군과 편의시설을 갖춘 요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부동산 관리 및 운용은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인 티시먼스파이어와 세계 최대 규모의 운용사인 블랙록이 맡았다.

사모펀드 조성 당시 KB자산운용은 펀드 만기를 7년 정도로 잡고 연 12%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한 바 있다.

이 펀드에는 공무원연금공단과 사학연금, 지방행정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이 참여해 투자금을 일시 납입하고 6년차부터 수익금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펀드 수익자 중 한 곳인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지 투자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공실률이 급증하고 임대료가 추락하면서 결국 금융기관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사실상의 1차 부도 사태까지 직면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현지에서 지난 1월말 금융기관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실상 1차 부도라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건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지 투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파트너십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와 현지 운용사의 귀책사유 등을 살펴봐야겠지만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1800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펀드 참여자들은 중간청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중간청산이 단행되면 KB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펀드에 참여한 연기금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중간청산에도 대비하고 있다"면서 "운용 과정에서 중과실이 있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수익자들은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 연금) 등 현지 투자자들과 공조해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계열사의 대형 투자손실로 KB금융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투자액 대부분을 잃게 되고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지주 차원에서 보상 등 합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 고위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제시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면계약을 비롯해 운용 과정에서 중요한 과실이 밝혀질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 규모가 크다면 지주사 차원에서 손실 보존을 위한 합의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자산운용업계에도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자산운용업계가 대대적인 해외 부동산투자에 나섰다"면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원금이 반토막난 경우도 허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업계의 해외투자 실태 파악에 나선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KB자산운용 측은 정확한 내용 확인을 거부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사모펀드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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