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떠오른 모태범(21ㆍ한국체대)이 1000m에서도 값진 쾌거를 이뤘다.
모태범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남자 1000m에서 1분09초12를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모태범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서 2개(금메달 1개, 은메달 1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빙속의 새 역사를 썼다.
모태범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5000m 금메달리스트인 채드 헤드릭(미국)과 맞서 상대적으로 가속하기에 불리한 아웃코스를 배정받았음에도 특유의 힘 넘치는 질주를 선보였다.
레이스 초반 200m를 16초39에 주파한 모태범은 이후에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더욱 가속을 붙여 시종일관 앞서가는 경기를 펼치며 1분09초1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께 뛰 채드릭(1분09초32)을 0.2초 앞서면서 단숨에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섰다.
이어진 경기에서 이규혁과 미카 포탈라(핀란드)가 각각 1분09초92와 1분09초85으로 경기를 끝내면서 모태범은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이후 모태범은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흑색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와 문준(28ㆍ성남시청)의 마지막 대결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데이비스는 초반 200m를 16초73에 끊고 600m마저 42초01에 통과하면서 모태범의 스피드스케이팅 한국 선수 사상 첫 동계올림픽 2관왕의 꿈이 실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마지막 1바퀴에서 막판 스퍼트를 자랑하며 1분08초94로 결승선을 통과. 모태범을 0.18초 차로 누르고 우승하며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 1000m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동메달은 미국의 채드 헤드릭(1분09초32)이 차지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불운의 스타’ 이규혁(32ㆍ서울시청)은 뒷심 부족으로 1분09초92의 기록으로 9위에 그쳐 또다시 동계올림픽 메달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이규혁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동료이자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큰 역할을 해냈다.
경기가 끝난 뒤 끝난 뒤 은메달을 따낸 모태범을 찾아가 “잘했다. 축하 한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규혁의 모습은 후배들을 길러낸 ‘맏형’ 그대로였다.
또 함께 레이스를 펼친 문준은 1분10초68로 18위에 머물렀고 이기호(24ㆍ서울시청)는 1분12초33을 기록하며 36위에 그쳤다.
모태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해 같은 경기장에서 치렀던 마지막 대회보다 기록이 좋아졌다”며 "내 실력을 다 발휘한 만큼 금메달이 아쉽긴 하지만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규혁 선배가 지금의 주법을 비롯해 많은 것을 알려줬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의 메달을 따낸 아시아 선수는 남녀 통틀어도 2명에 불과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아시아 첫 금메달리스트인 시미즈 히로야스(일본)가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서 은메달을 추가해 2개를 수확했다. 또 여자 선수인 예차오보(중국)가 알베르빌 대회에서 500m와 1000m에서 은메달을 2개 따낸 바 있다.
그동안 쇼트트랙의 그늘에 가려졌던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번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획득 하면서 당당히 동계올림픽 최고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idm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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