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물건이요? 지금 고르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닙니다. 올 초부터 매물이 2개 이상 쌓인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계약 만료를 한달 정도 앞두고 계약을 했지만 이제는 이사 시기를 두세달 앞두고 미리 전세 계약을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H공인 관계자)
강남발 전세난이 서울 강북과 서울 근교인 경기 광명, 안양 등지로 확산일로다. 전세난 가중 소식에 심리적인 불안감이 조성돼 매물은 찾아볼 수도 없을 뿐더러 가격도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1000만~1억원 가까이 치솟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형을 중심으로 상승했던 전세가는 현재 중대형으로 까지 옮아붙고 있다. 강남이나 학군지역의 전세가는 안정세를 찾았다고 하지만 해당 지역에선 그야말로 '남의 일'인 셈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진구 자양동 이튼리버1차 109㎡형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7000만원 가량 올라 3억2000만~3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인근 한화꿈에그린 아파트의 경우 106㎡형 매물이 동난 상태다. 대형평형인 172㎡형은 현재 4억~4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1억원가량 껑충 뛰었다. 소형도 강세다. 우성7차 83㎡형은 2억4000만원으로 두달 만에 30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워낙 없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바로 계약하는 일이 허다하다"며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이다 보니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장안동 현대홈타운과 삼성래미안 단지에서도 매물 품귀현상이 심각하다. 두 단지를 통틀어 시장에 나온 전세매물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시세는 현대홈타운 106㎡형이 2억3000만~2억4000만원, 139㎡형이 3억원 선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강남 출퇴근이 편리한 성북구와 성동구, 영등포구 등지의 전세가도 크게 올랐다. 성동구 성수동 대우2차 83㎡형은 매물이 아예 없는 상태로 한달 새 2000만원이 올라 1억8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인근 쌍용아파트 106㎡형은 2억4000만~2억6000만원 선이다.
상대적으로 전세가가 저렴했던 성북구 돈암동도 2주 새 2000만~2500만원 가량 상승했다. 한진 109㎡형이 2억~2억1000만원 선이다.
송파구 가락동 풍림 아파트도 1000만원 가량 올라 99㎡형이 1억7000만~1억7500만원, 금호 125㎡형이 2억4000만~2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9호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개선된 여의도도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2000만~3000만원 가량 급등했다.
도심권 전세가가 크게 치솟으면서 서울 근교 가운데 강남 출퇴근이 용이한 광명, 안양시의 전세가도 상승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돼 상대적으로 물량이 풍부한 광명시의 경우 지난 주말부터 전세가가 꿈틀대고 있다.
철산동 광명푸르지오 79㎡형과 109㎡형은 각각 1억5000만~1억6000만원, 1억7000만원 선이다. 도덕파크타운2단지도 지난주말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가격선을 회복하고 있다.
안양시 비산동 일대 전세가도 지난해 말보다 1000만원 가량 올랐다. 비산e편한세상 109㎡형이 현재 2억1000만원 이상, 삼성래미안 106㎡형은 1억9000만~2억2000만원 선이다.
철산동 I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입주물량이 풍부해지면서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매물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하락해던 가격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강남이나 도심권 세입자들이 급등한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해 물건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서울 도심권의 경우 재개발 재건축 이주수요가 계속 발행하는 데다 신학기를 맞은 이주수요까지 겹쳐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경기권도 지난해보다 입주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하반기에 몰려있어 서울이나 경기권의 전세난은 여름 비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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