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하청업체나 협력사에 공사비 대신 아파트를 지급하는 대물아파트가 시중에 대거 쏟아져 주변시세까지 덩달아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건설사 부도로 아파트 사업장이 환급대상이 될 경우 대물로 나온 아파트는 환급을 받을 수 없어 대물을 산 계약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침체로 신규아파트 미분양이 늘자 원도급업체들이 하도급업체에 현금 대신 대물로 아파트를 지급하는 일이 관행화되고 있다.
대물 아파트는 시행사가 부도가 나거나 미분양으로 자금 유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시공사에 공사비를 줄 수 없어 분양 물량으로 대신 지급하게 될 경우 발생한다. 원도급업체가 압력을 행사하지 않고 이뤄졌다면 위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는 대물아파트가 건설사나 시행사가 부도 시에 제대로 재산권을 행사못한다는 것이다. 즉 부도가 났을 때 일반 분양분처럼 주택보증으로부터 납입 분양금을 환급받지 못한다.
실례로 지난해 부도가 난 대동건설의 경산 사동 대동다숲 아파트는 분양계약이 완료된 1200가구(전체 1395가구) 중 900여 가구가 보증회사인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환급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비정상적인 거래로 계약이 성사된 경우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회사가 임직원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분양을 했거나 하청업체 또는 협력업체에 특별할인 형태로 대물 변제한 물건이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들로서는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공사비 대신 아파트를 대물로 지급하는 일은 중견건설사들만의 행태가 아니다. 대형사들도 미분양이 많아 공사비 마련이 어려운 사업장에 대해서는 아파트를 대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GS건설이 시공한 서울 서초구 서초아트자이 아파트의 경우 최근까지 분양가보다 8%(로얄층)에서 20%까지 저렴한 물건이 시장에 나온 상태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인테리어 업체 등 하청업체들이 공사비를 대신 받은 물건들을 자금 유통 차원에서 싸게 내놓고 있다"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서초아트자이는 중대형인데다 고분양가 논란을 빚으면서 2007년 분양 당시부터 계약이 잘 안돼 현재도 미분양물량이 전체의 20%에 이른다.
더구나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시행사가 그 이전 소송에 휘말리면서 한동안 소유권 이전도 불가능해 입주자들이 재산권 행사도 못해왔다. 최근에야 대한주택보증이 시행사와 협의를 맺어 잔금을 완불한 물량에 대해서만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물이라며 나온 저가의 아파트조차 팔리지 않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은 상황이어서 대물로 나온 아파트도 팔리지 않고 있는 설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입주한 한 주민은 "강남인데도 미분양이 많아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는데 대물 아파트로 인해 이미지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매매를 하고 나가려해도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GS건설은 이에 대해 "공사비조로 해당 아파트를 대물로 변제한 일이 없다"며 "시행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물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결국 저가의 물건들이 어떤 루트로 흘러들어왔는지 불분명한 채 시중에 나돌고 있어 시장교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서초아트자이처럼 미분양이 많은 아파트 단지에 비정상적 거래로 나오는 물량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매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렴한 가격에 나온 아파트라고해도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많지 않은데다 비정상적 거래로 소유자가 애매한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협력업체의 대물아파트는 '새옹지마'가 되기도 한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양산된 대물아파트다. 당시 건설사는 파격적인 가격에 협력사와 임직원에 미분양 아파트를 맡겼으나 3년이 채 가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대물아파트 보유자는 막대한 차익을 내기도 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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