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스타 이규혁(32·서울시청)은 20일(한국시간) 밴쿠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규혁은 13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20년 동안 5회나 올림픽에 도전했지만 끝내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인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남자 500m 15위, 1000m 9위에 그치며 올림픽과의 악연을 이어갔다.
이날 이규혁은 "올림픽을 꿈꾸며 운동을 시작했다"며 "그렇게 바라고 원했던 메달인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다음은 이규혁과의 일문 일답
- 올림픽을 끝낸 소감은?
▲이번 올림픽에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많은 분이 격려해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사실 이 자리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만간 마음을 추스르겠다.
- 앞으로 운동 계획은?
▲올림픽 이후에 계획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 이후에 차차 생각하겠다.
- 경기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지냈는가?
▲오늘 여기 올 때는 밝게 하고 싶었다. 난 실패했지만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 전체로는 좋은 일이다.
우울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기자회견을) 피하고 싶었다. 솔직히 많이 우울하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힘들다. 누구와 있어도 눈물이 나고… 같이 있는 분들도 울어준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 유독 올림픽과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이번 올림픽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밤에 잠이 없고 아침에 잠이 많은데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연습했다. 시간 패턴을 위해 4년을 소비했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는데…
시합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500m를 하기 전에 선수로서 느낌이 있다.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
- 500m 경기 당시 정빙기 고장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됐는데.
▲500m는 아주 짧고 섬세한 상황이다. 내가 경험한 것 중에 경기가 제일 많이 딜레이됐다. 올림픽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낸 뒤 나한테 고마워했다고 하더라. 내가 가르쳤다기보다 배운 것도 많았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것도 나한테는 욕심인 것 같다. 실력도 뛰어나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메달을 갖고 있다.
- 국민에게 말한다면.
▲이번 올림픽은 어느 때보다 많은 분이 응원해 힘이 되고 위안도 됐다. 처음 대표팀에 들어와 올림픽을 꿈꾸며 운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바랐고 원했던 메달인데…
국민 여러분이 사랑해 주셔서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 앞으로도 후배들이 열심히 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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