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조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보유한 동국제강이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립(2조원)과 대우건설 인수(1조원)를 동시에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때문에 동국제강의 관심이 브라질 진출보다는 대우건설 인수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강력한 경쟁상대인 STX그룹이 인수 의사를 포기한 사실과 후판의 최대 수요처인 조선 시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문만 무성한 브라질 사업
22일 철강업계 및 브라질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브라질 고로제철소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로 선뜻 투자자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업계에선 동국제강이 브라질 사업을 접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며 "최근 시황을 고려하면 2조원 규모의 대형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고 귀뜸했다.
또한 지난 2008년 사업성 검토 후 2단계 공사를 진행키로 합의한 세계 3대 철강사인 일본 JEF스틸은 아직도 사업검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2008년 철강의 날 기념행사에서 밝힌 "10월에는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공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브라질 고로제철소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관측을 일축한 뒤 "4월이면 세부 검토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07년 11월 브라질에 최대 연산 300만t 규모의 고로 2기를 건설,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듬해 세계적인 광산개발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와 현지 합작법인 CSP를 설립했다.
◆대우건설 인수 카드 '만지작'
지금까지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힌 전략적 투자자(SI)는 동국제강 TR아메리카컨소시엄 등 2개 회사다. STX는 인수 포기를 공식선언했고,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LG그룹과 포스코그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동국제강은 강력한 인수 후보다. 현재 동국제강은 SI로서 지분 15%(1조원)를 인수한 뒤 추후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인수 자금 조달이다. 브라질 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 자금까지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따라서 동국제강이 신성장동력으로 대우건설 인수를 선택할 경우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립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인수의사를 철회한 적이 있다"며 "철강업과 건설업의 연관성 측면에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국제강은 재무적 건전성이 좋은 기업이기 때문에 현재 시황을 고려하면, 대규모 해외투자보다는 대우건설 인수가 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