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부처 장관만 사지로 보내는 것 아니냐" 질타
이명박 대통령이 6.2 지방선거 장관 징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남권, 충청권 등 주요 전략지역에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을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이 대통령의 장관 징집령이 도마에 올랐다. 힘 있는 부처 장관은 놔두고, 힘 없는 부처 장관만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22일 “장관 중에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나올 수 있어 차관∙비서관급 인사를 미루고 있다”며 “다만 출마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선 이 대통령의 징집대상자 1순위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경남 창원 출신인 이 장관은 경남도지사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 장관은 출마설과 관련, “공정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으로서 개인 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사실상 이 장관이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회 행안위 소속 친이계 한 의원(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출마치 말라고 권유한 것으로 아는데 이게 진심인지, 의례적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일각에서는 경남 남해 출신 김성호 전 국정원장을 경남지사에 출마시킬 것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며 “이 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당초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충남지사)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서울시장) 등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 장관은 “대통령이 내게 지방선거 출마를 권유할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유 장관측도 “전혀 정치적 문제에 관여치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에 청와대와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실세 장관들은 ‘장수’하고 힘없는 장관들만 사지(선거)로 보내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출신인 한나라당 친이계 한 의원(국회 행안위)은 “이제 1년 남짓 임기를 채운 사람을 또 선거에 출마시킨다는 게 책임행정을 구현하는 길이냐”며 “이 장관은 비례대표에서 장관으로 옮겨왔는데 또 공직선거에 출마한다면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행안위 소속인 영남권의 한 의원은 “4대강 사업에 전념하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왜 책임을 지고 선거에 출마하지 않느냐”며 “행안부 장관이란 자리가 대통령의 가신을 임시로 앉히는 그런 자리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토위 소속 친이계 핵심 의원측도 “현정부 출범 이후 공직에 있으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했던 장관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이들이 국민의 심판을 받고 당선된다면 훨씬 정부의 국정운영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불출마 의사를 굳힌 정 장관을 직접 겨냥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출마 권유를 해도 장관이 받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출마시킬 힘은 없다”며 “선거 출마를 통한 인사적체 해소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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