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22일 10만원권 발행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전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10만원권을 만들면 화폐에 `0'자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한국의 경제규모나 위상으로 볼 때 10만원권 발행 대신 리디노미네이션(화폐가치 변경)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지난해 5만원권 발행으로 인해 올해 조폐공사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만큼 경영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간 10억장 수준을 유지하던 은행권 사업이 올해에는 절반 수준인 5억장으로 대폭 줄고 은행권 못지않게 사업비중이 높던 수표사업마저 30% 가까이 감소했다"며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만년 적자 공기업으로 전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과의 발권량 및 단가 협상에서) 조폐공사는 8억장 이상을 요구했지만 한은도 창고에 1만원권이 10억장 쌓여 있을 정도로 재고가 차있다고 해서 관철하지 못했다"며 "더욱이 작년에 5만원권 시제품을 만들 때 지폐 커팅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겨 비용이 늘어났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5만원권을 포함해 발권분야에서 손실을 보지만 수출에서 만회하려고 한다"며 "작년 3300만달러를 수출했는데 올해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면 적자를 면할 수 있고, 달성 못 하면 몇십억원 정도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사장은 또 금화 발행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때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으로 단합해 20억 달러 외화를 차입하는 효과를 본 적이 있다"며 "호황 때 금화를 발행해뒀다가 위기 때 금화가 시장에 나오면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권한을 가진 한은이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라 부정적 입장이라고 전한 뒤 "금화는 소장수요가 있고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차원의 희망사항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금화를 발행한다면) 200만원짜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그는 5만원권이 5000원권과 잘 구분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은 화폐 색깔이나 모양이 같은데도 그런 얘기는 안 나온다"며 "우리는 화폐 크기도 다른데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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