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국내 은행들 수익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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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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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대율 규제에 대출축소 불가피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금융당국이 현지 은행과 같은 수준의 예대율(총수신 대비 총여신 비율)을 국내 은행에도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강화된 예대율 기준을 맞추려면 신규 대출을 자제하는 한편 기존 대출도 대거 회수해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대출에 의존해왔던 중국 진출 기업의 자금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 내년까지 예대율 75% 의무화, 대출축소 불가피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중국에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은 내년까지 예대율을 75%로 맞춰야 한다. 이는 중국 은행들에 적용되는 규제를 외국계 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외국계 은행들의 지나친 점유율 확대를 막고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진출 초기라 수신기반이 미약한 상황에서 예대율 75%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중국 현지법인 관계자는 "교민이나 현지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예금을 받다가 최근에야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위안화 영업을 시작해 아직 수신 규모가 크지 않다"며 "예금이 부족하다 보니 자기자본금이나 본사 지원금을 활용해 대출을 해왔는데 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면 기존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나은행 중국 현지법인의 총 여신은 10억6800만 달러, 총 수신은 11억1900만 달러로 예대율은 95% 수준이다. 예대율 75%를 유지하려면 대출을 2억 달러 이상 줄여야 한다.

그나마 하나은행 사정은 나은 편이다. 우리은행 중국 현지법인의 예대율은 무려 135%로 기존 대출 중 절반 가량을 회수해야 기준을 맞출 수 있다.

대출 축소 없이 예대율 기준을 충족하려면 수신기반 확충이 시급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추진팀 관계자는 "중국 금융당국이 신규 점포 승인을 1년에 2개씩 밖에 내주지 않기 때문에 영업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기반 확대는 국내에서도 5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지 2~3년 밖에 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선진 금융서비스 제공과 함께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에 기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병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이자율 규제가 있어 고금리 수신으로 고객을 잡기는 어렵다"며 "신상품 개발, 카드업무 활성화 등 선진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농촌지역 금융기관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주요 거점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에 적극 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 中 진출기업 자금난 우려

이번 예대율 규제 강화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은행의 중국지역 여신 비중은 국내 기업이 70%, 현지 기업이 30% 가량이다. 대출을 줄이면 당장 국내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중국 현지법인 관계자는 "벌써부터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대기업은 중국 현지 은행과 얼마든지 거래를 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돈 구할 데가 마땅치 않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중심지지원센터의 해외진출지원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국내 은행에만 불합리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중국 측에 건의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중국 상하이/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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