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할 수 없는 ‘한일전’이 벌어진다. 마침내 ‘피겨퀸’ 김연아(20ㆍ고려대)와 ‘일본의 자존심’ 아사다 마오(20)간 라이벌 열전의 마지막 맞대결이 막을 올렸다.
김연아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한국 최초의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위한 첫 도전에 나선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지난 2007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3년 넘게 ‘금메달의 꿈’에 매진해온 김연아는 오랜 기다림과 힘겨운 준비 과정을 끝내고 24일 쇼트프로그램과 26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통해 진정한 ‘피겨 여제’의 자리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도 잘 다듬어진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김연아에 대항하고 있다. 두 선수의 시니어 무대 전적도 5승 3패로 근소하게 김연아가 앞서 있는 정도다. 하지만 ‘교과서 점프’를 앞세운 김연아가 최근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는 양상이다.
또한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안도 미키(일본)도 우승을 꿈꾸고 있다. 지난 22일 갑작스럽게 모친상을 당한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역시 슬픔을 뒤로하고 공식 훈련에 참가해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피겨 여자 싱글의 화두는 역시 김연아-아사다의 대결이다. 마지막 순간에 웃게 될 승자는 누가될지가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떠올랐다. 국내외 외신은 물론 팬들까지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모두 뛰어난 연기력과 표현력으로 높은 예술점수를 받아온 만큼 결국 점프의 정확성에서 메달의 색깔이 바뀔 전망이다.
김연아의 최대 강점은 완벽한 에지 사용과 스피드를 활용한 높고 안정된 점프다. 또 프로그램 구성(예술) 점수에서 김연아를 앞서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김연아의 최고 무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는 역대 여자 싱글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수행점수(GOE) 2.2점을 받았을 정도로 완벽함을 인정받았다.
이지희 국제심판인 빙상경기연맹 부회장도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성공하면 사실상 ‘게임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결국 김연아 스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확정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에 승부수를 건다. 트리플 악셀이 성공적으로 됐을 경우 김연아를 꺾었던 전례를 상기하며 금메달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아사다는 이번 시즌 트리플 악셀의 난조 때문에 그랑프리 파이널에도 나서지 못할 정도로 침체를 겪었지만 자국 대회에서 우승하고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아사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모두 성공한다면 심판들도 유리한 판정을 내릴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트리플 악셀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대부분 김연아에게 무릎을 꿇었다.
남자 싱글의 결과에서 드러난 심판들의 판정 경향을 따져보면 김연아가 아사다보다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에반 라이사첵(미국)이 안정되고 깨끗한 연속 3회전 점프로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한 예브게니 플루센코를 이긴 것을 보더라도 심판들은 불안한 고난도 점프보다 깨끗한 점프를 원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회 여자 싱글의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로 김연아에게 모두 석연찮은 판정을 내린 로리올-오버윌러 미리암(스위스)이 선정. 김연아가 넘어야할 과제로 떠올랐다.
미리암이 유독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문제점이 없었던 김연아의 점프 기술에 노골적일 정도로 석연찮은 반응을 보이며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1월 2008-2009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 점프에 잇달아 롱 에지와 어텐션 판정을 내리면서 감점을 줬다. 이 점프는 지난 수년간 가산점 2점 이상을 받은 점프였다.
또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토루프 점프의 회전수가 부족하다고 판정을 내렸다. 심판들이 모두 가산점 판정을 내렸지만 스페셜리스트의 ‘다운그레이드’ 판정으로 수행점수(GOE)가 뚝 떨어졌다.
악연 있는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가 버티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김연아는 오직 실력으로 ‘편파 판정’까지 극복해 진정한 ‘피겨 여제’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는 각오뿐이다.
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idm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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