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드] W저축銀, "은행이야 자산운용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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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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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W저축은행이 주식, 펀드, 채권 등 자본시장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수신과 자산은 업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지만 대출보다 유가증권 투자 비중을 더 늘리고 있어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고 있다는 평이다.

24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W저축은행의 2009 회계연도 반기(2009년 12월 말) 유가증권 보유액은 279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 회계연도 반기(2008년 12월 말) 279억원에 비해 10배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이 기간 이 회사의 자산은 7043억원에서 1조1160억원으로 58.4% 성장했다.

특히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예수금이 1년 만에 3700억원(60.3%)이나 늘었다. 반면 대출금은 4701억원에서 5834억원으로 1134억원(2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예대율은 75.7%에서 1년 만에 58.6%로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말 전국 104개 저축은행 평균 예대율은 87.8%다.

저축은행들이 100만원을 예금으로 유치하면 87만원을 대출해주고 유가증권에 12만원을 투자하는 반면 W저축은행은 대출에 58만원, 유가증권에 28만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 구조도 기형화되고 있다. 지난 2008 회계연도 결산에서 W저축은행은 예대마진으로 5억원, 유가증권 투자로 263억원의 순익을 냈다. 당기 순이익 218억원의 대부분이 유가증권 투자에서 발생한 것이다.

유가증권 비중도 높을 뿐더라 투자 성향도 공격적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W저축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 가운데 1년 이내에 되팔 목적으로 사들인 단기매매증권이 61.7%를 차지하고 있다.

W저축은행의 단기매매증권 투자액은 1146억원으로 서민 대출이라 할 수 있는 가계자금대출 363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W저축은행의 단기매매증권 투자액은 자산이 4조, 2조대에 달하는 솔로몬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946억원, 602억원보다도 많다.

이처럼 W저축은행이 유가증권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는 유가증권 투자가 대출영업보다 더 쉽게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어느 저축은행이나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고 싶어 한다"며 "대출로 인한 수익은 10~12%정도인 반면 유가증권 투자는 목표 수익률은 대부분 15~20%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가증권도 손실을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하지만 부동산 PF 등과 비교하면 적립율이 작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저축은행이 자기자본 이상의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W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802억원, 유가증권 투자액은 2798억원이다.

하지만 W저축은행이 많이 투자한 주식 투자 비중 30% 미만의 펀드는 한도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2008년 하반기에 저축은행 전체가 2000억원 이상의 유가증권 투자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자산운용은 고위험을 안고 있다"며 "업계 이미지를 고려할 때도 부동산 PF 문제와 마찬가지로 고금리의 예금을 받아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내는 반쪽 짜리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W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진이 자산 운용쪽에 관심이 많고 관련 분야 전문인력들도 상당수 배치돼 있다"며 "다른 저축은행들의 유가증권 투자에 비해 장기적 안목에서 안전한 곳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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