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업계에 '부익부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솔ㆍ무림ㆍ한국 등 제지 '빅3'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80%를 넘어서 상위업체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에 타격을 받은 하위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쇄용지 부문에서 2007~2008년 생산기준으로 업계 4위를 했던 이엔페이퍼는 금용비용 부담에 따른 실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초 한솔제지에 인수됐다. 사명도 '아트원제지'로 변경됐다.
또, 업계 5~6위권이었던 남한제지는 2008년 말 생산이 중단됐다. 홍원제지 역시 지난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백판지 부문에서도 업계 2위인 대한펄프가 실적부진으로 지난해 상반기 희성그룹에 인수됐다. 한창제지는 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손실로 인해 채권금융관리가 진행되고 있다.
하위업체들의 열악한 수익구조도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위 3개사 부채비율이 100%대에 있는 반면 하위 5개사는 200%대로 두 배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는 "제지산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라며 "경기가 하락하게 되면 하위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하위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는 한솔제지·무림페이퍼·한국제지 3개사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용, 시장지배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3개사는 최근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시장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아트원제지에 이어 지난해 11월 일진페이퍼를 인수해 공급 및 유통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품질 개선과 원가 절감을 위한 설비 공정 개선을 위해 아트원제지가 25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무림페이퍼의 자회사인 무림피앤피는 4000억원~5000억원을 투자해 내년까지 연산 45만t의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이 완공되면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림피앤피의 신규 설비가 내수보다는 수출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내수경쟁을 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지업계 전문가는 "존폐위기에서 살아남은 하위업체들 대다수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어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이들의 생존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상위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상ㆍ하위 업체간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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