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배경에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윤 장관은 이날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각 부처별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현재 매우 양호한 상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안팎에서 우리의 국가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최근 여야 정치권과 경제전문가들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G20중 5번째로 재정건전성 높아 = 윤 장관이 재정건전성 양호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면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우호적인 경제전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IMF는 작년말 작성한 'G20 회원국 재정수지 및 국가 채무 현황 및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로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5번째로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G20 국가중 우리보다 재정건전성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나라는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에서 비켜서 있는 자원부국 사우디아라비아(10.0%), 브라질(-1.2%), 인도네시아(-2.1%), 아르헨티나(-2.4%) 등 4개국이 전부다. IMF는 올해 G20 회원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 전망이 평균 -6.9%라면서 한국의 재정건전성 전망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한국은 장기 재정 수지에서도 2014년 GDP 대비 2.6% 흑자를 시현, 캐나다·독일(0.0%), 사우디아라비아(14.5%), 러시아(2.2%)와 함께 재정 적자를 탈피할 것으로 추산됐다.
IMF는 국가 채무에서도 한국이 GDP 대비 39.4%로 G20 회원국 평균 80.2%와 비교할 때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2014년에 GDP 대비 35.4%까지 줄어들어 호주(27.8%), 중국(20.0%), 인도네시아(27.1%), 러시아(7.2%), 사우디아라비아(9.3%), 남아프리카공화국(34.8%)과 함께 양호한 그룹에 속할 것으로 IMF는 예측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 위기로 재정 현황이 갑자기 나빠진 면은 있지만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데다 재정기반이 튼튼해 2013~2014년 균형 재정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공기업 부채 규모 논란은 진행형 = 정부가 이처럼 재정건전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여전히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지난해 6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 수지가 51조원 가량 적자를 보였다. GDP 대비로는 5% 수준으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5.1% 적자를 보인 이래 최악이다.
국가채무도 366조원으로 전년(309조원)보다 57조원이나 늘었다. 외환위기때인 1998년에도 20조1000억원에 그쳤던 국가 채무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1997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심각하다.
경기부양을 위해 발행을 늘린 국고채가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와 상환 부담이 연평균 31.6%로 급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 국민이 짊어져야 할 국고채 이자만도 이미 2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관련 "단기적으로 재정수지 흑자폭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가채무 대비 GDP 비중을 2015년까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30.1%로 되돌리려면 내년부터 해마다 8조6000억원의 기초수지(채무의 원금만 고려한 재정수지) 흑자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와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국가 채무에 공기업 채무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여전히 인식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장기적 부담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28조원의 추경편성 등 막대한 재정을 지출한 정부가 공기업에 사업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 2008년말 10대 사업성 공기업의 부채가 157조원에 달했고, 2012년말에는 무려 302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종규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우리나라도 잠재적 국가부채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재정 전반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리는 수준의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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