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법사위 상정..험로 예고

국회 기획재정위와 정무위의 대립을 빚어온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24일 논란 끝에 법제사법위에 상정됐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금융안정 기능과 제한적인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법안의 핵심 내용을 놓고 재정위-정무위, 금융위원회-한국은행간 날 선 공방이 벌어져 앞으로 국회 처리 과정에서 험로를 예고했다.

 의결 정족수에 미달할 만큼 여야 의원의 대다수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개정안을 발의한 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지난 1년6개월간 가장 힘겹게 심의한 법안"이라며 "여러 관련부처의 이해상충을 100%는 아니더라도 80%는 조정했으며, 정무위의 의견도 회부받아 충분히 심사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정당한 사유없이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를 지체했을 때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조항에 대해 김 의원은 "현재의 금융감독 골간을 건드리지 않고 있으며, 한은과 금감원의 `정보공유.공동검사양해각서(MOU)' 이행을 담보하자는 취지"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무위 소속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재정위와 정무위가 수차례 논의는 했으나 정무위 의견의 반영은 매우 미흡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절차가 진행된다면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한은법에 대한 `맞불' 법안으로서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금융위설치법 개정안 등을 거론하면서 "이 법안은 한은법 개정안과 심대히 충돌할 수 있다"며 "향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오면 한은법과 상호 연관해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부처간의 충돌도 재현됐다.

회의에 출석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우리처럼 중앙은행에 미시적 공동검사권까지 부여한 나라가 없는데 이번에 법개정이 되면 한은의 역할과 권한이 현행 법체계를 흔든다"면서 "특히 지급결제망에 대해 한은이 공동검사를 요구하고, 안되면 직접조사를 한다는 것은 오버(over)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임호열 한은 조사국 부국장은 "통합감독기구를 가진 나라에서는 중앙은행에 감독권이 없다고 하는데, 독일도 일본도 갖고 있다"면서 "지급결제에 관한 권한도 공동검사권과 한은이 발권력을 통해 일시결제 부족자금을 지원하는 것 두 가지 밖에 없어 기본 틀을 흔드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회의를 마치며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본회의장에서의 정무위 의원들의 반발, 본회의 통과후 시장의 반발 등에 대해서도 법사위가 마지막 관문인 만큼 한번 점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여 2월 국회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또다른 쟁점 법안인 보험법법 개정안은 이날 회의에 상정됐으나 의결되지 않은 채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어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