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난 게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 하겠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 기록한 ‘피겨퀸’ 김연아(20ㆍ고려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프리스케이팅의 ‘클린 연기’를 통해 ‘피겨 여제‘의 자리에 도전한다.
김연아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쳐 78.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시즌 최고점(73.78)을 쓴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0ㆍ일본)를 가볍게 제쳐 ‘실력의 우위’를 확인했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5차례나 우승한 ‘피겨의 전설’ 미셸 콴(29.미국) 또한 김연아(20.고려대)의 피겨스케팅 쇼트프로그램 연기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25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콴은 “지금까지 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해 낸 선수는 없었다”며 “그런데 김연아가 그런 기술을 매우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김연아의 피겨스케팅 쇼트프로그램 연기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이어 콴은 “아사다가 펼친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보고 무척 감동 받았다”며 “하지만 그 기술도 쇼트프로그램에서 우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김연아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확인한 이상 이제 마지막 남은 변수는 ‘올림픽 이변’뿐이다. 역대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아라카와 시즈카(일본)가 사샤 코헨(미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콴은 한 차례도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또 유독 동계올림픽에서 역전 우승이 많았다. 지난 5차례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의 크리스티 야마구치 1명뿐이다.
이처럼 유독 동계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들이 역전 우승을 허용한 경우가 많은 것은 김연아로서도 신경 쓰이는 일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16년을 이어온 피겨스타와 올림픽의 악연을 끊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징크스가 없기로 유명하다. 경기의 긴장감을 털고자 무엇엔가 의지하게 마련인 보통 선수들과 달리 김연아는 성실함과 믿음으로 부담감을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김연아는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 챔피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라며 “올림픽도 다른 국제대회와 다를 게 없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금메달의 꿈이 이뤄지지 못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미소를 짓고 있다.
한편 김연아는 25일 오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공식훈련에 매진했다.
공식훈련 시간임에도 1만5000여석의 관중석을 절반이나 채운 피겨 팬들의 시선은 역시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 기록한 김연아에게 집중됐다.
김연아는 조지 거쉰 작곡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습에 나섰다. 공식연습 시작과 함께 6분 동안 가볍게 몸을 푼 김연아는 점프 과제를 생략한 채 연기 동선을 맞추는 데 신경을 썼다.
오전 훈련인데다 몸이 제대로 안 풀린 김연아는 스핀과 스파이럴, 스텝 연기에 집중했다. 연기 순서를 끝낸 김연아는 이후 본격적인 점프 연습을 시작했다.
김연아는 가볍게 트리플 살코를 뛰고 나서 트리플 러츠를 뛰었지만 착지가 조금 불안했다. 찜찜했던 김연아는 다시 링크를 크게 돌아 트리플 러츠를 시도해 깨끗하게 성공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오전훈련을 마친 김연아는 오후 훈련이 퍼시픽 콜리세움이 아닌 트라우트 레이크 연습링크로 잡혀 있어서 훈련을 쉬는 대신 숙소에서 가벼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기로 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제자가 대신할 순간이 다가오면서 브라이언 오서(48) 코치도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절대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는다”라며 “영혼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스케이팅을 보여준다. 김연아는 건물의 마지막 층까지 도달한 상태와 같다”라고 칭찬했다.
김연아는 26일 오후 1시21분부터 4조 세 번째 연기자로 나선다. 이에 앞서 곽민정(16ㆍ수리고)은 오전 11시41분에 2조 여섯 번째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다. 또 금메달 경쟁에 뛰어든 아사다는 김연아의에 이어 오후 1시29분부터 곧바로 연기를 펼친다.
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idm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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