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해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끝난 후 첫 방문지로 한국거래소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앞선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훈센 총리(왼쪽)에게 이정환 전 이사장이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
국내 금융회사들은 2000년대 들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가별로 제각각인 금융 규제 및 인프라에 적응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최근 한국형 금융 인프라가 아시아 곳곳에 구축되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은 아시아 각국의 증권거래소 설립 및 금융 전산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며 국내 금융 인프라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있다.
◆ 동남아 증시 표준으로 자리매김
올 연말 설립될 예정인 캄보디아 증권거래소(CSX)는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한국거래소의 작품이다. 한국거래소는 캄보디아 재경부와 증권거래소 합작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4년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합작 거래소의 지분은 캄보디아와 한국거래소가 각각 55%와 45%씩 나눠 갖는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면 국내 증권사들도 현지 공기업 및 민간 기업의 상장 작업을 수주하는 등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라오스와도 증권거래소 설립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 채권시스템, 주식시장 모니터 시스템 등을 공급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호치민 증권거래소의 차세대 정보기술 시스템 구축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소로 꼽히는 뉴욕증권거래소-유로넥스트(NYSE-Euronext)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금융 IT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한 번 설립되면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며 "아시아 지역에 국내 거래소 시스템이 도입되면 금융서비스와 금융상품, 소프트웨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신흥 자본시장에 예탁 및 결제제도를 전수하고 결제시스템 수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신흥 시장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현지의 열악한 결제시스템 때문에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예탁결제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콤은 아시아 금융 IT 시장 진출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코스콤은 모회사인 한국거래소의 베트남 주식시장 현대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베트남 인도 카자흐스탄 등 이머징 마켓 11개국의 증권기관 연수단이 코스콤을 방문해 한국 IT 인프라의 해외진출 현황과 운영 노하우 등을 전수 받았다.
또 중국·홍콩 지역의 증권사 및 선물회사에 홈트레이딩(HTS)과 선물트레이딩 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금융 IT 기술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최근 국내 금융서비스 노하우가 동남아시아 등지에 수출되는 사례를 접할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적어도 대고객 금융서비스나 IT 기술을 활용한 금융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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