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노점상을 운영 중인 박모씨(42)는 이전보다 1만원권 지폐를 많이 준비한다. 5만원권으로 결제하는 손님들에게 잔돈을 거슬러주기 위해서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몇천원짜리 물건을 사도 5만원권을 내미는 고객이 늘었다"며 "생소했던 5만원권이 이제는 제법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발행한 국내 최고액권인 5만원권이 우리 생활 속에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1일 한은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5만원권 1월 말 기준 2억1205만장으로 전체 유통 지폐 40억1000만장의 5.3%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가 쓰는 지폐 20장 중 한 장 이상이 5만원권이라는 의미로, 5000원권(1억9977만장) 유통량 보다도 많은 것이다.
5만원권 발행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발행 총 10조6026억원으로 지폐와 주화를 포함한 전체 화폐발행액 36조8879억원의 3분의 1에 다소 못 미친다.
이처럼 5만원권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일선 은행들이 한은으로부터 돈을 출납할 때 편의상 고액권인 5만원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당좌 출납 담당자는 "한은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 운송 및 보관 등의 편의를 위해 1만원권 보다는 5만원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만원권의 유통 확대로 지갑속 '터줏대감'이던 1만원권은 갈수록 위세가 축소되고 있다.
1만원권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25억5880만장 유통되던 것이 지난해 1월 말에는 22억1465만장으로 3억4000만장 가량 감소했다. 전체 유통통화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84.5%에서 63.4%로 21.1%포인트 급감했다.
5000원권은 같은 기간 539만장 줄어드는 데 그쳤고, 1000원권은 오히려 11억7703만장에서 11억8953만장으로 1250만장 늘었다.
5000원권과 1000원권은 일종의 '잔돈' 성격이 강해 감소폭이 미미했던 것과는 달리, 1만원권은 최고액권 자리를 뺏기며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5만원권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앞으로 5만원권을 입출금할 수 있는 CD·ATM기의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며, 5만원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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