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구조조정 시도가 거대한 반발을 일으키며 유럽연합(EU) 각국을 뒤흔들고 있는 요즘, '올 것이 왔구나'하는 절망감이 전 세계 업계와 각 나라 정부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보다 더 큰 충격이 일본에서 들이 닥쳤다. 다름 아닌 세계 최대, 최고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끝없는 추락이다.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생산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원가 절감을 실현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팔아 치우던 도요타가 생산량보다 더 많은 리콜사태의 후폭풍에 휩싸이며 거의 망조의 길로 접어들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아찔한 추락을 예감케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지로 번지는 달러 유로 시스템 붕괴의 조짐보다 도요타의 망조가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이유는 대서양은 고사하고 태평양 해협 1만6000km보다 대한해협의 거리가 80배나 짧은 탓만은 아니다.
일본의 기업 문화와 생산 시스템, 판매 방식 등 모든 게 쏙 빼 닮은 데다 근대 문명과 자본주의 역사의 기본 맥락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습관과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조직 문화도 거의 똑같다. '그 대단한 도요타가 저 지경이라면 우리나라 기업들은?'하는 의구심은 그래서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2007년 전 세계 차 판매량 1위에 등극했던 도요타는 알고 보니 수많은 결점과 결함을 숨긴 채 숱한 급발진 사고로 운전자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 제공자였다.
운전 부주의가 아니라 순전히 도요타 차 때문에 전신 마비 환자가 된 한인 출신 미국 교포의 남편은 중고 도요타 차를 사서 결함을 샅샅이 조사하며 13년 째 도요타와 소송 중이다. 도요타는 완고하게 운전자 탓을 하고 있다.
최근 책으로 번역 출간된 '도요타의 어둠'이라는 탐사 보도물에 의하면 불량률 0%를 향한 도요타 경영층의 집념은 종업원들을 자동차 만드는 로봇 취급이나 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
도요타의 상사들은 하루 5시간 이상의 잔업에 휴일도 없이 시달린 서른살짜리 신혼의 직원이 과로사했어도 '자기 관리를 자기가 했어야지'하며 혀를 찼다. 산재처리에도 인색했고 유가족의 억울함이 언론에 실리는 걸 철저히 통제했다.
반면 과로사 한 젊은이도, 업무 과다로 우울증에 걸린 하청업체 파견사원도 도요타 사람이라는 걸 매우 자랑스러워 했고 죽도록 일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잠시의 휴가도 사정사정해서 겨우 얻어 냈을망정 투덜대지도 않았다. 회사를 믿었고 상사들을 섬겼다.
더욱이 일본인 특유의 민폐(民弊) 금기(禁忌) 근성 탓인지 속앓이만 끙끙하다 심신이 극한적인 상황까지 내몰렸다.
도요타는 부끄럽게도 누드 댄서를 공장 안으로 불러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를 좋게 한다는 명목의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무한 충성경쟁이 낳은 이같은 폐단은 기업 문화 전반에 스며 있었고 달성하지 못한 목표나 차체 결함, 갖은 조직 내 문제들은 모럴해저드의 늪 속에 파 묻혔다.
대규모 리콜 쓰나미가 덥쳐 망쪼들린 도요타.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했는데, '토요타의 어둠'은 그 원인을 쉽게 설명해준다.
도요타의 망조는 결국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가치 전복적 경영방식, 열심히 일한 만큼 얻는 이윤이 아니라 탐욕적 이윤을 추구해 온 탓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태는 직장인들이 다 알다시피 도요타 못지 않다. 도요타는 뿌리라도 깊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뿌리도 얕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작은 외풍에도 저항력이 약하다. 도요타 만큼도 종업원을 챙겨주지 않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기껏 잘 돼 봐야 도요타 따라하기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틀어 전혀 다른 경영의 도(道)와 묘수를 발휘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구태를 청산하고 낡은 틀을 과감히 깨부수어야 한다. 사람 중심의 인본주의 경영으로 조직과 마케팅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시가총액이나 매출액(이익)을 무한 증식하기보다 새로운 가치창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돈'이 경영의 전부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경영이다.
어둠을 거둬내는 도요타의 혁신에 일본의 미래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자본주의의 운명이 달렸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