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국실장급 고위 간부들의 금융회사 '낙하산' 인사가 줄 잇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금감원 퇴직자의 금융회사 재취업을 막겠다며 지난해 시행한 감사공모제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로 잇따라 재취업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4일 이사회를 통해 정민주 전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장을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오는 9일 이사회를 여는 하나은행도 금감원 출신 인사를 신임 감사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씨티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전북은행 등은 이미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저축은행·보험사·증권사 등 2금융권에도 금융당국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이성조 전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국장조사역을 감사로 선임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8월 주용식 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을 신임 회장으로, 이용찬 전 금감원 상호금융서비스국장을 부회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한국·서울·솔로몬·신민·푸른저축은행 등 다수 저축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를 금감원 출신 인사들로 메꿨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삼성증권과 하나대투·KTB·유진·NH·동부·현대·신영·HMC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감사자리에 금감원 출신들이 대거 진출한 바 있다.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회사로 잇따라 재취업하는 것은 금융산업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규제권한을 가진 금융당국과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을 고위직으로 채용하고, 당국 퇴직자들은 높은 연봉을 손에 쥘 수 있어 이 같은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 업무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조직 입장에서는 '방패막' 역할을 해줄 인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 인사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다며 반박하고 있다.
금융당국 출신들이 금융시스템 이해도가 높고 오랜 기간 일해 온 노하우를 익힐 수 있아 '낙하산'이라기 보다는 '스카우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출신들은 금융관련 법률이나 제도가 생겨나는 과정을 잘 알고 있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업무에 크게 도움이 된다"며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금융회사에 미치는 장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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