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질주본능 DNA'를 바꾼 스피드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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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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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감동과 환희로 들썩이게 했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열전 17일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사상 최고의 성적인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국가별 종합 순위 5위를 차지했다.

겁 없는 스피드 세대들은 잠자고 있던 한국의 ‘질주본능 DNA’를 바꿔놓았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이다. 각본 없는 감동드라마의 첫 주인공은 이승훈이었다. 이승훈은 전 국민들의 새벽잠을 깨우며, 한국 선수단에 첫 은메달 소식을 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는 아시아 선수에게는 한계로 여기는 종목이라 더욱 값진 메달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메달이기에 감격은 더욱 컸다.

이 메달을 계기로 한국의 질주본능은 쇼트트랙의 이정수,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 모태범·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의 1만m까지 금메달로 이어졌다.감동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김연아였다.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까지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대한민국에게 ‘퍼펙트 골드’를 선물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을 끝내자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전 국민은 그 눈물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기에 같이 눈물을 흘렸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쾌거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첫째는 집중적인 투자와 과학의 힘이다.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과 모태범, 그리고 이상화의 금메달이 좋은 예다.삼성그룹은 100억 원을 한국빙상연맹을 위해 꾸준히 지원했다. 시즌 중에는 전 세계 시리즈를 돌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후원했다. 비시즌에는 체육과학연구원(KISS)이 나서 선수별 데이터를 구성, 개별적 프로그램 훈련으로 한국형 스피드스케이팅을 완성했다.

둘째는 메달 종목의 다양화다.그동안 ‘효자종목’ 쇼트트랙에만 집중됐던 메달이 이번에는 쇼트트랙 뿐 만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에서 골고루 분산됐다. 메달의 질도 달랐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은 동계스포츠의 변방이 아니라 세계중심으로 진입했다.

이번 성과는 ‘3수’에 도전하는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청신호다. 올 11월에 개최될 G20 정상회의 유치는 대한민국 국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경기불황을 뚫고 세계시장 점령에 나선 것도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이런 호재들이 경쟁지인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보다 평창 유치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셋째는 ‘88올림픽 베이비세대’들의 도약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태어난 이들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지 기죽지 않는 자신감과 당당함이다. 이들은 88올림픽을 거치며, 더욱 풍족해진 정치·경제·사회적 환경과 지원 속에서 급성장했다. 그리고 2002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을 키웠다.

스피드스케이팅 삼총사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쇼트트랙의 이정수, 그리고 피겨의 김연아까지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6명 모두 88올림픽 베이비세대들이다. 88올림픽 베이비세대 파워는 축구의 이청용과 기성용, 여자 골프의 신지애 등 전 종목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의 세대교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들은 꼭 이겨야 한다는 목적의식보다 경기자체를 즐기려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긍정의 힘에 경기자체를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이제 올림픽의 감동은 끝났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우리는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는 어느 개그맨의 항변처럼 혹시 승자만 기억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국민 금메달’ 이규혁, 봅슬레이의 강광배, 스키점프의 최홍철,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이채원 등의 끝없는 도전이 이번 쾌거의 밑거름이 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밴쿠버의 영광이 오늘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동계스포츠가 4년 마다 한번 반짝하는 종목이 된다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지금부터 다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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