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승부리는 PF대출…금융당국 '옥죄기' 나선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PF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 2008년 겪었던 'PF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 슬금슬금 고개 드는 PF 대출

금융당국은 미분양 적체 및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따른 부동산 PF 대출 부실 확대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지난 2008년 2월에는 부동산 PF 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을 강화했으며 같은 해 9~12월에는 금융권 PF 사업장을 전수 조사했다. 또 지난해 내내 자산관리공사(캠코) 및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해 부실 PF 채권을 3조원 가량 매입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금융권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3월 말 83조7000억원에서 12월 말 82조4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줄어드는데 그쳤고 연체율도 6.69%에서 6.37%로 하락폭이 제한됐다.

특히 2금융권의 경우 PF 대출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저축은행권의 PF 대출 잔액은 2008년 말 1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9.56%로 떨어졌던 연체율은 12월 말 다시 10%대(10.60%)로 진입했다.

증권업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PF 대출 잔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일년새 13.92%에서 30.28%로 껑충 뛰었다.

보험사의 PF 대출 잔액은 2008년 말 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7000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연체율은 2.41%에서 4.55%로 2배 이상 올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기존 PF 대출의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2금융권 PF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며 "특히 연체율 상승폭이 커 미리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대출 한도 및 충당금 비율 강화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PF 대출 한도 및 충당금 기준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저축은행은 현재 행정 지도로 운영되는 '30% 룰(총 대출 중 PF 대출 비중 30% 미만 유지)'을 감독규정에 반영하고 본격 규제키로 했다.

30%를 초과한 PF 대출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120%로 확대하고, 계열 저축은행의 신용공여한도를 축소해 과도한 PF 대출 증가를 막을 방침이다.

또 신규 해외 PF 사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해외 부동산 PF 대출을 취급하려면 금감원에 사전 보고해야 하며 타당성이 없는 경우 취급을 억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분기 중 PF 사업장에 대한 평가를 다시 실시해 부실 우려가 감지될 경우 채권 매각 및 손실흡수를 위한 유상증자 등을 유도키로 했다.

다른 2금융권 업종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급 적립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보험은 은행 수준(정상여신 0.9%, 요주의 7%)으로, 증권·여전·종금사는 저축은행 수준(정상여신 0.5~3%, 요주의 7~10%, 고정이하 30%)으로 상향 조정된다.

또 상반기 중 여전·종금사에 대해 30% 룰이 추가로 적용되며, 건설사의 PF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에 대한 공시 및 신용평가도 강화된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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