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자연재해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미 칠레를 강타한 규모 8.8의 강진은 1일(현지시간)까지 최소 700여명의 사망자와 200만명의 이재민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가 30만명으로 추산되는 아이티 강진 이후 불과 40일만에 또 다시 대재난이 일어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최근 두 건의 초대형 지진이 한 달 간격으로 발생하자 국제 구호단체들이 설상가상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전례 없는 강진으로 두 곳 모두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자금과 일손이 달려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이티에 대규모 의료진을 파견한 '국경 없는 의사회(DWB)'는 마른 수건을 짜내듯 의료지원팀을 구성해 칠레로 급파했다.
아이티 난민을 위해 3억2200만 달러라는 막대한 기금을 조달한 국제적십자사(IRC)는 칠레를 돕기 위해 또 다시 국제사회에 기금을 호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의 인도적 지원단체 국제구호(RI)의 파샤드 라스테가 대표는 "많은 구호 자원이 아이티에 집중돼 있어 다른 재해에 대응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1일 칠레에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철회하고 "현재로서는 구호대 파견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칠레 정부의 공식 요청이 없고 현지 당국이 자체적인 구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현지 당국이 자체적인 능력과 장비를 구축하고 긴급구호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칠레 정부도 구호대 파견을 공식요청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그러나 2일 칠레 강진사태에 따른 피해복구를 위해 200만 달러 상당의 긴급구호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대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며 지원금을 1000만 달러로 슬쩍 올려놨던 한달여 전 상황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새 국격에 맞는 국제구호 시스템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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