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쏙' 들어간 세종시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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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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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당내 반발 조기진화...이대통령, 내주 충청권 방문

청와대가 2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카드를 사실상 접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세종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 나온 지 2일만의 후퇴다.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논란이 확산된 탓이다.

그 대신 이 대통령은 내주 충청권 방문을 시작으로 한동안 대국민 설득작업을 펼칠 방침이다. 이와 함께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헌문제와 세종시 국민투표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대결단은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여권의 중진협의체에서 세종시 문제를 잘 풀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달 ‘중대결단’을 언급한 당사자다.

특히 “발언의 방점은 민주적 토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란 게 토론하고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는 것인 만큼 중진회의의 토론이 잘 안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국민투표 가능성을 조기에 일축하고 나온 것은 가뜩이나 시끄러운 한나라당내 반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북 출신인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당내에선 국민투표에 대해 언짢아하는 사람이 많다”며 “예전에 국민투표 얘기 나왔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친이계라고 하는 의원들조차도 청와대 국민투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청와대가 국회와 논의를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국민투표’는 사실상 실패작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국민투표는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최악의 카드였다”며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소동을 벌인 당사자를 질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참모도 “온 나라가 수정안 찬성∙반대파로 나뉘어 국론 분열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제 관심은 국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이냐는 것.

우선 이 대통령은 논란의 본거진인 충청권을 직접 방문해 적극적인 설득전을 전개할 방침이다.

청와대 홍보라인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이 대통령은 충청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형식적으로는 다른 일정 때문이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6월 지방선거까지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이어져선 곤란하며 조기에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설파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국정현안이 세종시 블랙홀로 매몰될 우려가 있으며 국민적 피로감도 가중될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에서 세종시 논의가 제대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국민투표 카드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출신 친이계 의원은 “이 대통령이 향후 국면전환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남북정상회담, 개헌 등이 있다”며 “특히 소선거구제 개혁 등의 개헌문제와 세종시 국민투표를 연계한다면 친박계나 야권도 섣불리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개헌문제를 지방선거 이후 본격 점화할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장관실 관계자는 “정부는 개헌 등에 대비해 특히 3과장도 아직 선임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지시가 내려온다면 언제든 개헌 문제와 관련한 대국회 활동을 벌일 준비가 갖춰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팽재용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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