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타 업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ROE가 떨어진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금호산업 등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PF 부실 문제와 기업구조조정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향후 은행들의 주가 상승폭이 크게 제한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6개 은행들은 여타 업종에 비해 저조한 ROE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주주 소유의 자기자본을 투입해 주주 몫으로 되돌아오는 순이익을 얼마나 산출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투자자들은 ROE를 통해 기업의 사업 경쟁력, 수익 창출력, 주주가치 확대능력, 총괄적인 경영능력 등을 측정한다.
때문에 기업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ROE를 유지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연간 12%를 넘어야 우량기업으로 본다.
하지만 국내 6대 은행의 평균 ROE는 지난해 말 기준 6.93%에 불과하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ROE가 3.20%로 지난 2008년 3분기 15.65%의 5분의 1 수준으로 꼬꾸라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07년 말 15.02%였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3.38%까지 떨어졌으며,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2005년 말 23%에서 지난해 말 6.8%로 급락했다.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은 각각 7.8%, 8.11%으로 평균치를 끌어올리는 데 만족해야했다.
외환은행은 12.27%(2009년 누계)를 기록해 국내 6대 은행 중에 유일하게 12%를 넘으며 체면을 차렸다.
이에 비해 같은 금융업종인 보험·카드·캐피탈사들은 높은 ROE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은 금융위기가 한창인 지난해 상반기 22.38%의 ROE를 기록하며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삼성카드와 한국캐피탈은 지난해 연중으로 각각 14.7%, 20.16%를 나타내는 등 여신·캐피탈사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산업재(13.4%)·에너지(17.0%)·경기소비재(14.7%) 등 굴뚝 산업은 물론 IT(18.2%)·통신서비스(11.1%) 등 첨단 산업들도 은행의 2~3배에 달하는 ROE를 달성했다.
이처럼 유독 은행의 ROE만 바닥에서 헤매는 것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 △기업 구조조정 △후순위채권·유상증자 통한 자본확충 등의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PF, 기업구조조정 문제로 충당금을 많이 설정한 데다 당국의 대출 규제로 수익성이 많이 하락해 ROE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ROE는 당분간 답보를 거듭할 것으로 보여 향후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부동산 PF 부실이 있을 수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승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직 호재보다는 부동산 PF, 기업 구조조정 등 불안요소가 더 많아 내년 이후까지는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다만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고 충당금이 환입되는 등 수익창출 능력이 장기적인 추세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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