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TK 비하발언 ‘도마’...여권, “경솔하다” 지적
‘맛사지’ 발언 등으로 국정 농단 논란...사퇴요구 빗발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의 ‘입’이 도마에 올랐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가능성 언급, 대구경북 비하 발언 논란 등으로 인해서다. 청와대 핵심 공직 중 언론노출이 잦은 자리임에도 신중함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은 지난달 28일 일부 기자들과 산행을 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중대결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각종 언론이 “국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어조로 기사화했고, 이 수석은 “현장에 없던 사람들이 더 난리”라며 “국민투표의 국자도 애기한 적 없다”고 펄펄 뛰었다.
또 이 수석이 이날 ‘대구.경북 X들’이라고 말했느니 안 했느니를 놓고도 시끄럽다. 모 언론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얼마나 챙겨주는데 역차별 운운하며 다른 지역보다 대통령의 정책에 더 반대하는 건 말이 안된다. TK X들 정말 문제 많다”고 이 수석이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이 수석은 “내가 술먹기(산행후 뒤풀이) 전에 비슷하게 얘기한 것이다. 앞에 놓고 TK X라고 했겠나. 분들이라고 했겠지”라면서 “섭섭함을 토로한 것 뿐”이라며 해당언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진실게임에서 이 수석의 ‘입’이 너무 경솔하다는 지적이 여권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3일 “이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검토 안하고 있다고 해 다행”이라며 “청와대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진정한 뜻을 왜곡해서 발표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이로 인해 국민들이 놀라고 정치권이 흔들린 부분에 대해 청와대는 자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치지 소년의 우화를 빌릴 것도 없이 이런 일을 자꾸 반복을 하면 정치권의 신뢰에 상당한 훼손이 올수도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수석을 직접 겨냥했다.
문제는 이 수석의 ‘월권’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청와대는 지난 1월28일 이 대통령의 BBC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는 대목을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임의로 고쳤다.
이 수석은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발언이 마치 곧 (정상회담이) 될 것 같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마사지’를 하다가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정상회담이라는 국가대사를 홍보책임자가 자의적으로 각색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 수석의 막말도 거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스위스 순방에 손녀를 데리고 간 데 대해 야당이 비판공세를 하자, 야당의 모 대변인을 겨냥 ‘미친 XX’라고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오프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해 이 사실은 기사화되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 수석은 그동안 ‘치고 빠지기’, ‘여론 떠보기’ 등 기기묘묘한 술수로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등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국정을 농단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욕설을 했니, 안 했니’,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느니, 그런 말을 안했다느니’로 구설수를 이어가며 구질구질하게 자리에 연명하려고 하고 있다”며 “깨끗하게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팽재용 기자 songhdd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