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산업이 기업들의 '눈치작전'으로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때문에 향후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태양광 산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산업은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오는 2013년까지 연평균 30% 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진출해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는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 시장에 이미 진출해있는 일부 기업들은 태양광 사업이 수익성이 떨어져 생산설비 투자를 잇달아 보류하는 등 추가 투자를 미룬 바 있다.
이제 막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한 KCC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을 본격화한 올해부터 2년간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한 향후 진출 의사를 밝혀온 삼성과 LG도 당초 태양광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잡았으나 신규투자를 하게되면 적자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진출 시기를 늦추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투자가 저조한 이유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ㆍ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생산 단가가 동일해지는 균형점)의 시점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전문가는 "패리티에 도달하면 태양광 발전을 위해 관련 설비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 태양광 시장도 폭발적으로 팽창하는데 그 시기에 맞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의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사업 범위를 정하고 수익성을 고려한 공급망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 신규 투자에 활발한 선발 국가에 치여 시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원인이다. 특히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신규 업체들의 정상적인 공장 가동 여부가 올해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 속도를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산업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 진입이 수월치 않다. 여전히 정부 정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2년째 계류 중이었던 2012년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도입 법안이 간신히 통과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와 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여전히 관련 정책 가운데 상당수가 확정되지 않았다.
기업들은 자립도가 부족한 태양광 산업 특성상 정부 도움 없이는 활발한 시장 형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확정되지 않으면 업체들은 투자와 판매계획 등 장기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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